평소에 잠은 죽어서 실컷 자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자는 시간 일분일초가 아까웠고, 금세 지나가는 하루가 아까웠다. 퇴근 후의 여유 시간이 나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아서, 눈 감았다가 뜨면 사라지는 오늘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면, 아침에는 어제의 내가 미뤄두었던 피곤과 마주했고, 다시 힘든 하루를 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휴일에도 친구들을 만나거나 뮤지컬을 보는 등 하루도 빠짐없이 집 밖으로 나갔다. 집순이였던 나에게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다만,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체력의 에너지가 닳아가는 것은 전과 같았으므로 피곤함은 쌓여만 갔다.
그렇게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날,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경련이 오면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돌아오고서 처음에는 갑자기 잠에 든 줄 알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검사해 보니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수면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그저 충분히 숙면하지 않았다고 정신을 잃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나 생각이듬과 동시에, 언제 또다시 경련이 와서 정신을 잃을까 두려워졌다.
내일은 언제나 당연하듯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저 가볍게 넘기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당장 마음에 안 든다고 직장을 때려치울 수도 없다. 그저 바쁘게 보내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대신, 퇴근 후의 시간과 휴일에 sns를 하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에게 도움 되는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sns를 보는 시간에는 좋지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무언가를 해서 남을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갈팡질팡 고민하는 결정장애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선택하는 일에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판단은 하기 더 어려워졌고, 나의 결정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인생에 선택을 하지 않는 삶은 없고, 후회하지 않는 삶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냥 빠른 시간 안에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서 질러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나에 대해 잘 알아봐야겠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내가 알고 있는 나에 대해 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 명확하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나와의 인터뷰를 가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