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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08. 2024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자다 깨서 부스스한 얼굴로 정신도 다 들기전에 나를 보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고 해주는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너를 사랑하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 여전히 얇은 유리판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온전히 나를 위한 마음이라는 확신에 가득차 내 마음이 단단해질 때도 있어. 사랑의 형태가 지금의 안온이 단단하거나 단단하지 못하거나 어떤 모습이어도 견딜 수 있을만큼 , 견디고 싶은만큼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도 분명해서 포기하고 싶거나 도망하고 싶거나 하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 처음엔 가끔 도망쳐야하는 걸까 고민한적이 없진 않아. 내가 누군갈 진짜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너무 뻔해서.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무서웠어. 너무 온 마음을 다해서 내속에 나는 하나도 남지 않고 온전히 너만 남을까봐 무서운거지. 여전히 불안이 존재하긴 해. 하지만 처음의 불안과 지금의 불안은 조금 다른 형태여서 아무리 얇은 유리판 위를 걷는 것처럼 느낀다고 해도 그것조차도 다른 의미일거야. 확신을 주지 않아서 믿음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도 커서 스스로가 주체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너무 단순한가.


나는 항상 어떤 마음이든 어떤 생각이든 때에 따라 들었던 순간의 감정들을 여과없이 주저없이 다 뱉어내곤 했어. 아무래도 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겠지. 굳이 티내지 않고 굳이 감정들을 다 뱉지 않아도 내 마음은 이렇다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너. 아무래도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을 테지. 사람의 생각은 다른거니까. 그래도 이따금 부족하지않게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고, 너는 신기하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때마다 주저없이 이야기를 해줬어. 어쩌면 우리가 그래서 더 빨리 더 단단해진 걸지도 모르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꽤나 단단해졌다 생각하거든.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상황이 되었고 대화를 피하려 하지않고,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일텐데도 우린 그러고 있어. 물론 대부분 내가 서운하다며 칭얼대서 시작되는 거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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