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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쮜 Aug 29. 2023

산티아GO

가자!



주인 산티아고가 나에게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나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왜 자기 마음대로 쓸데없이 나를 산티아고로 부르는데?

싼티나게. 쳇



'고상한 나에게 이름이란 걸 부른다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지. 착각하지 마'라고 생각했던.

그랬던 마음도 잠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어느덧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 새로운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먹으라고 하면 어느새 그가 이끄는 대로 초원을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먹고 물을 먹으라고 일러주면 물을 먹는 지고지순한 양이 되었다.




 내가 주인 산티아고를 처음 만났던 때는 내가 태어난 지 이제 막 30일이 지나고 났을 때였다. 그 이후 나의 형제는 3마리나 더 태어났고 때마침 주인 산티아고는 아마도 먼 길을 떠나기 위해 함께할 양을 찾으러 우리 목장을 방문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그렇게 그를 처음 만났다. 산티아고는 목장 주인 조와 몇 마디를 나누고는 몇 달 후 다시 오겠노라 말하고는 떠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그의 만남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걸음마를 떼고 내 몸에 하얀 털이 복슬복슬하게 날 즈음 나는 꽤나 귀엽고 앙증맞아졌다. 그런 외모와는 달리 3명의 형제들과 나는 매일매일 살벌한 전쟁을 치르느라 인상은 300:1로 싸워도 이길 만큼 험상궂었다. 대지를 휘덮는 푸른 목장의 풀들은 이미 나의 가족들을 포함한 300마리의 양들이 뜯어먹느라 경쟁이 치열했고 제일 맛있는 풀은 먹기도 전에 동생들에게 뺏기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싸움이 터지면 우리를 지켜보던 보더콜리 친구 쵸쵸에게 제지를 받는데 그럼 그날 운은 다 튼 거라고 봐야 했다.

엉망진창 하루일과가 먹고 자는 일이 전부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삶이 무료해졌다. 일상에 단조로움을 느낄 때마다 할머니는 나에게 매일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야 사람들은 말이야, 자기 전 우릴 불러 숫자라는 걸 센단다. 그러면서 잠에 들곤 하지. 그런데 그렇게 해도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는 날이 생기곤 하는데 그런 날이면 하루종일 눈이 시뻘건 채 하루종일 힘없이 휘청거리다가 픽픽 쓰러지지, 참 우습지 않니.

하루종일 초원을 힘차게 뛰어다니며 배불리 먹고 드러누우면 오는 게 잠인데 말이지. 어둑어둑한 저녁 하늘에 별이 뜨기 시작할 때 눈만 감으면 되는데 그 쉬운 것을 두고 사람들은 헛짓거리를 계속한단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사람들은 별거 아닌 쉬운 일을 어렵게 하는 특징들이 있었다. 난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것을 참 쓸데없게 하는구나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나의 기억 속에서 잊혔던 산티아고가 다시 조의 목장으로 찾아왔다. 전에 봤을 때보다 눈빛은 총명하고 피부는 탄탄해져 빛이 났다. 나는 훗날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생기가 돌고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티아고는 나와 형제들을 더해 60마리의 값을 조에게 지불했다. 순간 나는 이 심플한 목장 생활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설레었다.




산티아고의 자유로운 여정에 나는 몸을 실었고 그가 여행을 하기 위해 양치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감탄했다. 안정적이고 다소 지루하게만 살게 될 자신의 삶에 또 다른 길이 되어준 나의 주인 산티아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할머니가 자주 해주던 이야기 속 이미지보다 꽤 괜찮았고 산티아고는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해서 의미를 찾아가는구나! 하나도 쓸데없지 않았어. 오히려 나의 삶이 더 의미 없었던 건지도 몰라. “



나는 비로소 나 스스로가 목장 속에 갇혀사는 양으로써는 절대 행복한 양이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주인 산티아고가 지어준 나의 이름처럼 그제야 진정한 산티아GO가 되었다.





가자! 미지의 세계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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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55입니다.


위 글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후 주인공 양치기 산티아고의 첫번째 양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써 본 픽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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