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찾기
“그 팀원은 이제 제 말 안 믿습니다. 내년엔 승진시켜준다는 이야기가 올 해로 5년째입니다.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는데, 이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히죠.(쓴웃음)”
“그 직원을 보면 갑갑합니다. 능력이 떨어지면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일할 의지도 없어요. 팀에서 문제가 된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정작, 본인만 모르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 간에 갈등이 더 깊어져요. 인사부에 그 직원을 빼 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도 답이 없습니다. 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어요.”
“우리 부서는 다들 오기를 꺼려합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이 승진하고 연봉이 올라가는데 정작 본인은 제자리이니 일할 의욕이 나겠어요? 저도 팀원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 같아도 이 부서로 배정받으면 싫을 거 같습니다. 의욕이 없는 팀원들을 데리고 인사고과를 해야 하고 또 내년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정말 이때가 싫습니다.”
“야구를 보면 훌륭한 선수를 영입하고 성적이 안 좋은 선수는 방출하는 등의 조직을 정비하는 단장이 있고, 선수들을 밀착 케어하고 함께 성적을 잘 내는 것을 고민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우리 팀, 부장들은 감독의 일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선수들의 성적을 매기고 영입과 방출을 결정하는 단장의 역할은 우리들 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팀워크를 다지고 같이 땀 흘리고 동고동락했는데 누구는 S점수, 누구는 A, B, C, D. 한 팀이 되어 뛰었는데 연말이 되면 서로 흩어지는 기분이에요. 직원들 면담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신뢰가 떨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런 것을 우리들이 해야 하는 게 참 힘듭니다. 단장과 감독처럼 조직에서도 그렇게 일을 구분해서 해나갈 수는 없습니까?”
“직무에 대한 평가는 기준이 어느 정도 명확해서 평가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량평가에 대해 점수를 줘야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줘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태도, 업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모습, 협력하는 모습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점수를 줘야 할지 저는 참 어렵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팀장들마다 다르고 공정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공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원은 예뻐 보이고, 또 어떤 직원은 뭘 해도 솔직히 별로일 때가 있잖아요. 이러다 보니 인사평가 후 서로 관계가 서먹해지고 안 좋아지죠.”
지난주, 이번 주는 연일 인사고과, 성과평가에 대한 주제로 강의가 계속되었다. 이맘때면 거의 모든 기업과 조직에서 연례행사처럼 인사고과를 한다. 인사고과 혹은 성과평가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는가? 이 질문에 정말 많은 리더들이 위와 비슷한 맥락의 말들을 쏟아낸다. 지면이라 다 적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산더미 같은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모르겠다, 평가를 위한 평가 즉 형식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공정하지 못하고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팀원이 17명인데 야근으로도 작업을 끝내지 못해 집에 일을 싸가지고 가서 하고 있다, 그리고 17명을 평가 면담을 하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다는 이야기, 잘하는 직원만 좋지 못하는 직원들은 전혀 동기부여되지 않는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보통 말이 없는 리더들 조차도 성과평가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불평불만들이 많아서 그런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한다. 공통적으로 보면 인사고과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인사고과는 연례행사처럼 꼭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브렌트 피터슨, 게일런 닐슨이 지은 [가짜 일 vs 진짜 일(Fake Work)]을 보면 우리 모두는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끝없이 반복되는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심히 한 일들이 헛일이거나 불필요한 일이 되어 버릴 때가 많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불필요한 업무 즉 가짜 업무란 조직이 나아가는 전략적 방향이나 목표와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가짜 업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필요한 일이 바로 직원에 대한 ‘인사고과’를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왜 인사고과가 가짜 업무일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관리자와 직원의 관계를 좋은 관계가 아닌 파괴적인 관계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성과평가)의 핵심은 우리 조직이 존재하는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일치하는 일들을 이루어 낸 결실을 돌아보고 축하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새로운 도전에 대해 계획을 하고 서로 강한 팀워크를 다져나가야 한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끌어올리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관리자와 직원이 서로 부담스러운 자리, 관리자 혼자만 피드백을 주고 끝나는 독백의 자리, 보통 일 년에 한두 번 행하는 연례행사의 일시적인 자리, 행정 업무나 단순한 서류 작성의 자리, 아무런 행동의 변화도 이끌지 못하는 해당 칸에 점수를 표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직원과 관리자의 파괴적인 관계의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과의 변화보다 인사고과라는 행정 업무가 더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현실 속에서 리더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올해 직원들의 고가를 무사히 끝냈는가?’가 아니라 ‘직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면에서 나의 성과평가는 직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효과적이고 생산적이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이 질문만으로도 성과평가의 자리가 서로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성과의 수준은 관계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성과평가의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사전에 좀 더 철저한 준비와 직원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직원의 업무능력과 수행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리더십의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직원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업무 배정이 필요하다. 미리 고민하고 만나야 한다.
두 번째, 대화의 주도권을 직원에게 넘겨야 한다. 관리자 혼자만 이야기하는 독백의 자리가 아니라 직원이 주도권을 갖고 말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독백이 아닌 대화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 반드시 후속 조치 즉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 년에 한두 번의 평가로는 부족하다. 이상적인 것은 한 달에 한 번은 평가의 자리가 있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횟수를 좀 더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과적인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이고, 협조적이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의 자리가 자주 있는 것이 좋다. 성과평가는 직원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하고,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사기를 높여주고, 직원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우리 팀과 조직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함께 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짜 업무가 아닌 진짜 업무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