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찾기
지난주는 일주일 내내 강의가 있었다. 하루에 8시간씩 풀(full)로 강의하기란 쉽지 않다. 에너지도 많이 들고, 체력 소모도 심하다. 각각 다른 기업과 조직에 맞는 강의 내용을 준비하고 그것을 쉽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강의하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강의 전에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다. 사전 인터뷰, 그룹 미팅, 사전 진단 작업, 과정 개발 등 해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좋다. 내 성격에도 잘 맞고 무엇보다 즐겁다. 물론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앞에 서야 하기 때문에 긴장되고 어렵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일을 사랑한다. 그러다 보니 강의할 때 스스로가 집중하고 몰입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게 된다. 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렇게 내 일을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내 일을 소중하게 여기려고 애쓰다 보니 그 일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지난주, 한 고객사의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 강의 자료 내용이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살려서 일을 하면 ‘자기 삶의 질이 높다고 평가할 확률이 3배 더 높습니다. 업무에 몰입할 가능성이 6배 더 높습니다.(Rath, T. (2007). StrengthsFinder 2.0 New York: Gallup Press)’였다.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의견을 그룹 내에서 자유롭게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한 수강생이 질문을 해왔다.
“그 말에 동의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 당연히 집중하고 즐겁게 하지요. 하지만 저 이야기는 사실상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가 하는 업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강점도 살리고 집중도 하죠. 일 자체가 싫은 일인데 그 일에 몰입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저는 제가 하는 업무 자체가 별로예요. 그 싫은 일을 하는 데 어떻게 즐겁게 몰입합니까?”
이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이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듯 조금은 불만 섞인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실은 이 부분에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자신이 일을 해 나갈 때 본인의 강점을 발휘해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 한가였다. 하지만 이 질문 또한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이다.
성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옳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직장 전, 대학 진학 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해서 공부하는 학생 또한 많지 않은 현실이다.
“제가 4년 내내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온 직장인데, 이런 허드렛일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뭔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자료 찾고, 회의 준비하고, 다른 부서 일들 처리해주고, 어떤 때는 커피도 타야 된다니까요. 이렇게 시키는 일만 따박따박해야 하는 게 싫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요. 이 일은 더 이상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런 고민의 소리는 어딜 가나 많이 듣는다. 물론 그 일이 죽기보다 싫어서 계속하다가는 죽을 거 같으면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만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까? 내 생각에는 그런 일은 없을 거 같다. 물론 자신의 성격이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좀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렵고 지겹고 싫은 일은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견뎌내는 힘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그 일을 즐겁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최강자다. 그 사람이 진짜 고수다.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을 좋아하는 일로 바꿀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로 바꿀 수 있을까?
예전 한 TV프로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안내 직원 이야기가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의 일은 1평 남짓 되는 공간 안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단순하면서도 지겨울 수 있는 일이다. 그 프로에서 소개된 여직원은 그 일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소개했는데 우선은 항상 웃으면서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항상 어떻게 하면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했다. 그래서 톨게이트를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빠르게 잔돈을 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늘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오래전 방송된 내용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그 여직원의 미소가 기억난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기 위해선 먼저, 웃으면서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척’을 해보는 것이다. 척하다 보면 정말 좋아진다. 근대 심리학의 대가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라고 했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좋아야 웃지.’라고 하지 말고 우선 웃어보자. 웃으면서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다 보면 그 일을 하는 동안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불필요한 생각은 떨쳐낸다.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이 지겨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접는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거다. 의도적으로 좋지 않은 생각들을 잘라버리고 현재에 충실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본다. 지겹고 따분한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본다.
마지막으로 그 일에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다. 예전엔 고객들에 홍보나 과정 안내 등을 위해 대량 우편 발송 작업을 하곤 했다. 물론 요즘도 하기는 하지만 예전엔 DM(Direct Message) 발송을 참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안내문을 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 고객의 주소를 라벨지에 출력해서 스티커 뒷면을 뜯어내고 봉투 위에 일일이 붙이는 단순작업이었다. 그 일은 지겹고 단순 작업이었지만 나름 재밌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봉투를 나열해야 빨리 붙여 나갈 수 있는지 고민도 했다. 매번 다른 방법을 써보면서 시간을 단축해보려고도 했다. 거기다 하나하나 붙일 때마다 정성을 다해 꼭꼭 눌렀다. “이 안내문 보시고 꼭 연락 주세요.” 말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겹고 힘든 일, 하고 싶지 않은 일, 싫은 일도 좋아하는 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