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찾기
예전 직장에서 한 직원이 나에게 한 말이다. “정말 송 이사님은 강의 머신(machine)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 에너지로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강의할 수 있죠? 신기합니다. 기네스북에 올려야 할 거 같아요. 역시 강사라는 직업은 뭐니 뭐니 해도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거 같습니다.”
보통 기업과 조직에 강의를 하러 가면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한다. 하루 기준 8시간이다. 그리고 저녁에 퍼블릭 강의가 있을 경우는 저녁 6시 30분에서 10시까지 3시간 반 정도 진행한다. 그렇게 풀데이 강의를 하면 하루에 11시간에서 12시간을 강의한다. 이런 날이 일주일에 5일 동안 계속되는 날도 있다. 그러면 일주일에 60시간 정도 강의를 한다. 물론 매주 이렇게 강의하면 쓰러진다. 이런 경우는 강의가 정말 많은 시즌일 때 그렇다. 특별하게 어떤 관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타고난 체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의하더라고 그 직원의 이야기처럼 끄떡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의 일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의 중이었는데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고 귀가 멍하면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순간 앞에 높여 있는 단상을 손으로 잡지 않았으면 쓰러질 뻔했다. 바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스스로 너무 놀랐다. 나는 더 이상 ‘강의 머신(machine)’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타고난 체력만을 믿고,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다. 숨 쉬는 운동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운동을 해야 할 때다!’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정말 제대로, 꾸준한 운동을 해본 적은 전혀 없었다. 한 지인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40세 이후부터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고등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 거와 같다.’ 더 이상 운동을 미룰 수 없었다. 뜨거운 간절함과 절실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때부터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열심히 이곳저곳을 찾았다.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피트니스 센터(fitness center)에 등록할까? 요가를 해볼까? 수영이 좋다는데 수영을 해볼까? 근력이 중요하다던데, 개인 피티(PT)를 받아볼까? 회사 근처에서 할까? 6개월 아니, 그냥 1년으로 등록할까? 그런데 어쩌나? 도무지 시간을 맞출 수 없네. 운동하나 시작하는 게 뭐가 이리도 어렵나? 안 되겠다... 못하겠다!’
며칠 동안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보고 몇 군데 전화를 걸어 상담도 해보았지만, 나처럼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경우는 맞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을 해야겠다는 간절함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결국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또다시 원위치가 되어버렸다. 운동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느꼈지만 행동하지 않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 어떤 변화도 생기지 않고, 스스로에게 실망감만이 남게 된다.
새로운 변화와 긍정의 출발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일까?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지고 간절하게 변화해야겠다고 느끼고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을 세워보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왜 이런 걸까?
나의 경험을 유추해볼 때, 이것은 변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거창해야 하고, 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뭔가를 철저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거기다 작은 변화, 손쉬운 변화를 소홀히 생각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건 옛말일 뿐이다. 그런데 정작 변화의 핵심은 그곳에 있다. 작은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올 4월 중순부터 나는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일이 끝나는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센터나 학원을 등록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집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준비운동 2분, 1분씩 하는 스쾃 총 10개 10분, 복근 운동 5분, 덤벨 운동 7종류 6분, 마무리 운동 2분. 이렇게 진행하면 총 25분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한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 정도의 변화도 꽤 대단한 시도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피곤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할까, 말까의 고민과 생각을 멈추고 바로 시작한다. 그냥 움직인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기쁨이 짜릿함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마음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나의 경험과 의견을 나타내는 ‘인지(cognition)’다. 운동은 힘들고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지이다. 또 하나는 ‘감정(affect)’이다. 어떤 사건이나 일에 대하여 자신이 대하는 기분이나 태도다. 기쁨, 즐거움, 분노, 슬픔, 공포, 원한, 사랑 등을 의미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귀찮고 힘들어하는 귀차니즘 속에서 망설이지만 운동을 마무리하고 나면 기분 좋은 희열을 느낀다. 마지막으로는 ‘행동(behavior)’이다. 일상생활에서 표출되는 모든 활동들이다. 몸으로 바로 답하는 움직임이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은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각각의 체계에 영향을 준다. 즉 인지는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도 인지와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5분이라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세 가지 요소에 대해 더 많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일단 변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인지와 감정을 케어하고 준비하기보다는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충분히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하고 시작하기에는 에너지 소모가 많다. 우유부단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바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귀찮고 힘들지만 운동을 하는 것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건강하게 한다는 인지의 결과도 만들어 낸다.
4월 중순부터 시작한 작은 변화가 어느덧 8개월이라는 시간을 이어왔다. 고작 25분이고 일주일에 3일 정도밖에 못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 작은 변화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운동하기 전에 더 이상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이 변화가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기쁨이 되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내 몸의 변화도 조금씩 느껴진다.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이렇게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작은 걸음, 한 걸음부터 즉시 내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