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찾기 (2017. 12. 23 / 옛글을 들여다보며...)
12월이면 예외 없이 송년 모임 일정들이 안팎으로 잡힌다. 주말마다 모임이다. 지난주 토요일은 남편 대학 동창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장소는 수원. 눈 소식도 있고, 날씨도 너무 추워서 차는 두고 기차로 가기로 했다. 기차 예매는 보통 남편 몫이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 영화 등 우리 집에서 뭔가를 예매해야 하는 상황이면 대부분 남편이 척척 알아서 한다. 그냥 그 부분은 남편 몫이어서 내가 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엔 남편이 바쁘다고 나에게 예매를 부탁했다.
“걱정 마! 당신 바쁜데 내가 할게. 잘 예매해둘게. 오후 6시쯤 수원에 도착하면 되는 거지? 오케이!”
당일 날 일찍 준비한다고 했는데 화장도 좀 더, 옷매무새도 좀 더 신경 쓰다 보니 시간이 점점 촉박해오고 남편의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 자주 들렸다. 표를 미리 예매해뒀으니 시간 맞춰 역에 도착해도 된다고 오히려 나는 더 여유를 부렸다. 1년 만에 만나는 동창모임인데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준비한 덕분에 너무나 빠듯한 시간인 오후 5시 25분쯤에 도착했다. 열차시간은 오후 5시 43분이었다. 20분 정도 남았으니 이 정도면 괜찮았다. 바로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서둘러 역 안의 안내 전광판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차가 없었다. 우리가 타는 기차는 ‘1551’호인데 아무리 찾아도 그 기차가 없었다. 예매한 표를 확인해보니 분명 1551호 기차인데, 뚫어져라 전광판을 쳐다봐도 그 어디에도 그 기차가 없었다. 남편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기차를 확인했다. 난 다시 내가 예매한 티켓을 확인했다. 분명 날짜와 시간, 그리고 예매한 매수가 정확하게 맞았다. 남편이 저쪽에서 내게 뛰어왔다. 기차 예매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화가 난 눈빛으로, 조금은 상기된 채 남편에게 예매한 티켓을 당당히 보여줬다.
‘2017년 12월 16일(토) 스마트티켓 3매 영등포 05:43 -> 수원 06:04 무궁화호 1551’
“지수야, 이 기차 이미 떠났다. 새벽에”
남편이 확인한 후, 기차가 떠났다고 하는 말에도 나는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정말 몰랐다. 시간은 없고 기차는 빨리 타야 하고 정신없는 상황이어서 더 당황했던 것 같다. 무슨 말이냐고 오히려 내가 따져 물었다. 남편이 조용히 설명해주었다. 05시는 새벽 5시라고. 그제야 내가 얼마나 어이없는 실수를 했는지 알았다. 너무나 바보 같은 실수였다. 실수한 내 모습에 당황스럽고, 난 잘못한 게 없다고 소리쳤던 모습이 남편과 딸아이한테 미안하고 창피해서 멍하게 서있었다. 남편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서 예매했던 기차보다 좀 더 빠른 ‘17:39분 1159’ 열차를 바로 구매했다. 헐레벌떡 뛰어가면서 예매하고 기차를 탔다. 우리 가족은 무사히 기차를 탔고, 자리에 앉았다. 정신도 없고, 민망하기도 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서 24시간 기준이 자연스러운 거야. 보통은 오후 5시라고 하지 17시라고 하지 않잖아. 괜찮아. 누구나 다 하는 실수야. 24시는 나도 가끔 헷갈려. 그래서 24시로 예매할 때는 나도 몇 번 확인해봐.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뭐!”
‘일을 못하려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강의 중에 가끔 던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드시 리더는 이 사실을 깊게 이해하고 믿어야 한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유능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이자 강렬한 욕구가 바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직원은 자신의 상사의 인정을 받으면 조직생활의 만족도와 일의 몰입도가 두 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일부러 일 못하기 위해 출근해서 실수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인정받고자 몰입해서 열심히 하지만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몰라서 하는 실수도 있고, 더 잘하고자 하기 때문에도 생기는 실수도 있다. 그때 리더가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직원은 더 성장할 수도, 더 의기소침해지기도, 심하게 말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는 실수를 다루는 태도를 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실수를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리더가 준비해야 하는 태도는 첫 째, 실수를 수용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오히려 더 잦은 실수가 나온다. 필패 신드롬(Set-Up-Fail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일 잘하던 직원이 어쩌다 실수를 했을 때 상사가 직원의 능력을 의심하고 업무를 더 관리, 감독하고 체크하게 되면 직원은 전보다 훨씬 더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고 또 실수를 한다. 그러면 상사는 더욱더 관리 감독하게 되는 악순환의 상황을 의미한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한 후에 어떻게 상황을 정리하고 피드백하느냐가 중요하지 실수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압적인 분위기는 더 잦은 실수를 발생시킨다.
둘째, 비판하거나 질책하기 전에 두 번 이상은 재고해야 한다. 실수가 벌어진 상황은 화가 난 상태다. 이미 감정이 상해있다. 감정이 상한 순간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거친 말이 그대로 가감 없이 쏟아진다. 실수한 사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자기변명과 합리화만을 할 뿐이다. 한 병원을 컨설팅하기 위해 원장님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 방안에 걸려있던 액자였다. ‘입술에 30초, 가슴에 30년’ 입으로 나가는 말은 30초면 끝나지만 누군가의 가슴에는 30년, 그 이상 평생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화가 났을 때는 멈추어야 한다.
세 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을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리더도 실수하고 잘못을 했을 때가 분명 있다. 과거의 잘못이던, 그 상황에서의 잘못이던 반드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서로의 관계가 건강한 상태로 바뀌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게 된다. 실수를 인정해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 인격이 아닌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개인의 인격에 모욕감을 주게 되면 서로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다. 실수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사람 자체가 문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차 예매 시간의 실수를 ‘왜 그렇게 덜렁거리냐?’, ‘기본적인 숫자 개념이 없는 거냐?’, ‘사람이 왜 그렇게 신중하지 못하냐?’ 이런 식의 피드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수는 그 사람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의기소침하게 만들거나 주눅 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사람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예의를 갖추어서 피드백해야 한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서 24시간 기준이 자연스러운 거야. 보통은 오후 5시라고 하지 17시라고 하지 않잖아. 괜찮아. 누구나 다 하는 실수야. 24시는 나도 가끔 헷갈려. 그래서 24시로 예매할 때는 나도 몇 번 확인해봐.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뭐!”
이 말은 앞으로도 내게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 오롯오롯 지금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