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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수 May 05. 2024

공통분모의 힘

파인딩리더십


"무적 LG~~~~"


내 몸에는 엘지의 줄무늬 피가 흐른다. ㅎㅎㅎ 


엘지 팬이 된 지 만 33년이 되어간다. 정말 오래됐다. 남편은 MBC 청룡 어린이 야구단 가입부터 시작했으니 나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엘지 트윈스가 작년에 우승하기 전까지는 칠G(칠쥐: 순위가 늘 하위권 7위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못해서 생긴 별명) 생활을 오래 해 왔다. 94년 우승 이후로 29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한 팀이었다. 정말 맘고생 많이 했었다. 엘지 팬들은 마음에 한이 많이 서려 있다. 작년 우승으로 많이 치유가 되고 회복은 되었지만, 그래도 몸속에 '사리'가 제법 많을 것이다. 29년.... 너무 오래 기다렸다. 


그래도 정말 놀라운 것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안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못하는 팀이라 팀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도 살짝 있었다. 그 마음은 딸아이 때문이었다. 딸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때부터 우리가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다. 본인 스스로가 야구팀을 선택했다기보다 그냥  태어나 보니, 부모가 응원하는 팀을 그대로 물려받은 모태 신앙(?) 같은 거였다. 그러면서 자연히 엘린이(LG 어린이 팬) 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야구장을 갈 때마다 자주 아니, 늘 지는 게임을 봐야만 했다. 그럴 때면 딸아이는 야구장에서 통곡을 했다. 왜 이렇게 맨 날 지냐며, 왜 이렇게 못하는 거냐며.... 그때 팀을 옮겨야 하나 하고 갈등을 했었던 거 같다. 


"서진아, 네가 힘들면 넌 다른 팀을 선택해도 괜찮아. 원하는 팀으로 옮겨서 응원해. 엄마 아빠는 그게 잘 안 돼서 어쩔 수 없단다.... 너무 못하는 팀을 너에게 물려준 거 같아, 미안해..." 


딸아이가 힘들어할 때 건넨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 딸 역시, 이미 줄무늬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장하다! 


"다른 팀요? 그럴 순 없어요. 전, 끝까지 엘지 할 거예요~~!!!" 


엘지 팀은 뭔가 끈끈함이 남다르다. 우리 가족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2020년이었다. 한 자산운용 회사의 부사장님과 첫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자리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점심 식사를 했다. 첫 만남이라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로 이미 SNS에서는 친구 사이여서 포스팅하는 글들은 읽고 있는 터였다. 


"엘지 팬이시죠?" 야구장을 가는 사진들을 포스팅하다 보니, 부사장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네~~^^ 부사장님도 야구 좋아하시는군요. 어디 팀이세요?" 

"영원한 엘지입니다!" 부사장님도 줄무늬셨다. 


그때부터, 우린 오랜 시간을 함께 알아온 친구 사이 같아졌다. 정말 놀라웠다. 너무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미팅 시간 내내 엘지트윈스 이야기만 했다. 속 터지는 이야기, 어떻게 해야 우리 팀이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각 선수들과 감독 이야기, 예전 94년도 우승의 이야기,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도 팀을 떠날 수 없는 이야기 등...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첫 미팅 이후, 바로 엘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뭉쳐있는 모임방에 초대되었다. 그 단톡방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 아니, 나보다 더 심한(?) 엘지 덕후들이 있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벌써 4년이 되어간다. 오늘이 4주년 기념일이다. 우리 모임은 다양한 산업 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직무도 다양하고, 연령층도 다양하다. 그때부터 모인 사람들이 현재 30여이다.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우리는 매년 정기적으로 뭉치고 있다. 야구 직관도 함께 하기도 한다. 엘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 공간을 같이 가서 야구를 같이 본다. 만나면 엘지 야구 이야기만 한다. 우리에겐 다른 그 무엇도 필요가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 엘지 포차 전경


어떻게 이렇게 모일 수 있었을까? 


이렇게 모일 수 있는 힘은 '엘지 트윈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이다. 이 공통분모가 우리를 아주 끈끈하게 만들어준다. 뭔가 원하는 의도나 얻고자 하는 이익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서로 포장이 필요 없다. 다들 엘지 야구만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순둥이들이다. 그래서 서로 편하다. 


2023년 우승을 기념하며 모인 자리!
올해 4월 15일 야구 직관, 모두 승요가 된 날~~^^


사람은 서로의 공통분모가 있을 때, 잘 통하게 된다. 잘 통하면 서로 가까워진다. 가까워지면 서로 함께 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이 공통분모의 힘은 참 강하다. 


사람을 얻고자 한다면, 의도와 계획을 내려놓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라. 그러면 서로 자연스럽게 묶일 것이다. 


사람을 얻고자 한다면, 의도와 계획을 내려놓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라. 
그러면 서로 자연스럽게 묶일 것이다. 
지수 생각





#파인딩리더십 #공통분모 #함께하는힘 #사람얻기 

#씨오디이 #CODE #기업맞춤교육 #리더십 #코칭 #조직개발

#송지수 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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