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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Mar 28. 2024

2024.3.28. 목, 목련.

하얀 목련이 피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수형이 아름답고 꽃송이가 소담한 목련나무가 있다. 키는 2층 건물높이 정도인데 꽃이 피면 저절로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게 된다. 하늘빛위에 얹혀진 꽃잎이 고와서 눈이 시린다. 요가원 근처에 나무가 있어서 수련을 하고 목련나무가 있는 카페에 가서 꽃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서 오래 살았겠지, 100년 정도 되었을까... 못 해도 50년은 됐겠지...'생각했다. 흰 빛 꽃송이가 따뜻한 봄기운에 부풀어올랐다. 꽃이 피기 전 자그맣게 맺히는 목련봉오리는 구하기 힘든 비염약이었다. 친정 마당에 목련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한 해는 꽃이 피기 전 가지치기를 했다. 아버지가 봉오리를 가득 넣어서 약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기침을 하면 화를 펄펄 냈다. 나는 기침하는 죄인 같았다. "저거는 맨날 아프고... 있는 데로 다 넣어서 이번에는 비염을 똑 떨자야 된다" 말씀하셨다. 거친 말투가 생각나면서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나를 걱정하는 건 부모님 밖에 없어서인지, 이제는 그런 말투에 상처받지 않는 어른이 되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혹은 거친 말 속에서 기어코 사랑을 찾아내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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