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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l 07. 2024

#69 '훔쳐라' & '기분 좋은 피로감'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

훔치는 힘


'전문가의 방식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 기술을 훔쳐 내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숙달로 이어지는 대원칙이다.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녹여 습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 현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는 '훔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의식이 흐릿해지기 쉽다. 학생들이 교사가 주입하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해진 것 외에 새로운 기술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 물론 다른 사람의 기술을 훔쳐보며 모방해야 하는 도제식 교육이 모든 분야에서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 공예나 기타 예술 부문에서는 일류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재기를 다음 세대로 확실히 전수하기에 최적화된 방법이라는 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 물론 말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체화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히 전수하면 자신의 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불안감과 함께 부대끼고 살아오며 쌓인 애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장인 교육제도의 모순이다.


"한 가지 일은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밖의 일이 부족해지는 것에 상처받을 필요도,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만사에 관심을 두고 마음을 써서는 한 가지 큰 일을 이룰 수 없다."


내 머릿속에는 몇 명의 작업자가 깨어 있을까


뇌는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 활성화 정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본인 두뇌의 활성 상태를 파악하려면 아날로지(Analogy)를 통해 이해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머릿속 작업자'라고 표현한 것도 이 아날로지의 일종이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상황에 빗대어 '변속'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효과적인 비유다.

--- 우리 사회에는 흔히 내 머리가 좋은 편인지 어떤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확인하는 풍조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의 의식이 어느 정도의 활성 단계에 있는지를 이러한 비유를 통해 스스로 파악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훨씬 의미 있고 효과적이다. 자기의식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습관을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뇌를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리듬을 몸에 충분히 스미게 한다는 점이다. 일을 하다 보면 엄청난 몰입감에  몸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일이 잘 풀리거나 중요한 요령을 터득했을 때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자기 몸의 리듬과  템포가 그 일에 최적적인 리듬과 템포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신체의 리듬과 일의 리듬이 정확하게 부합하는 그곳에 숙달의 비결이 있다.




 하루키는 아침에 달리고 오후에는 글을 쓴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가 스타일을 잘 찾은 작가라고 말한다. 나도 하루키 스타일을 '훔치고 싶었다'라고 중얼거린다. 따라 하고 싶었다는 말보다 얼마나 강렬한가! 훔치고 숙련하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질문해본다. 책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쓰고 인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려준다. 나도 작가처럼 기분 좋은 피로감을 가지고 이번 생을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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