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덥다. 30도를 넘겼다.
6월 5일, 망종이었다. 날씨 변화는 음력이 정확하다. 망종은 벼, 보리 같은 수염이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다고 한다. 농사는 잘 모른다. 다만 대구는 이즈음 여름이 시작된다. 반팔을 입어야 한다. 지금은 전국이 아열대성 기후이지만 20,30년 전 오직 대구만 6월부터 덥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는 춘추 교복이 있었다고 한다. 대구만 하복으로 바로 넘어간다고 했다. 아마도 분지라서 한 번 상승된 열기가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해도 길어진다. 오늘 일몰 시각은 19시 37분이다. 해가 져도 부옇게 빛이 펼쳐진다. 저녁 8시까지 훤하다. 일출은 새벽 5시 6분이다. 새벽 4시가 넘으면 어둠이 밀려가고 어스프레 밝아온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수월하다.
오월이 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늘어난 일조량 덕분이다. 추위가 물러갔으니 근육도 살짝 풀려 편안하다. 올해 입하는 5월 6일이었다. 여름이 살금살금 온다. 담벼락 덩굴장미가 꽃을 피워낸다. 오월 햇살 아래 뜨겁고 강렬하다. 숨 막히게 어여쁘다. 그다음 절기, 소만은 21일이었다. 보리이삭이 누렇게 익는다고 하는데 보리는 보기 힘들었고 볕 좋은 양지쪽 장미이파리가 뚝뚝 떨어졌다.
아파트에 조경된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 5월 초에는 잎이 보기 좋게 달려있었는데 이제는 훌쩍 다 자랐다. 살구나무는 꽃 핀 것도 못 봤는데 알 꽉 찬 열매를 달고 있다. 그늘 쪽에 심긴 덩굴장미는 마지막 꽃을 피운다. 곱다. 건물 뒤쪽이라 늦게 펴서 지금 한창인데 자그마한 꽃봉오리가 애기애기하게 봄을 노래한다. 다들 열심이구나!
계절이 오고 가는 게 잘 느껴진다. 아이들이 다 커서 여유 시간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몸이 기억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무심히 피고 지는 것들을 오십 년 이상 보다 보니 이제 몸이 기억한다. 의식이 기억하는 게 아니다.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오랫동안 못 본 친구얼굴처럼 궁금해진다.
살구를 한 입 깨물었다. 시고 달콤한 것이 입안을 채운다. 행복하다. 살구 나오면 진짜 여름이다. 우리 집은 꼭대기 층이라서 여름에 덥다. 어제부터 집이 후덥지근하다. 거실에서 밥을 먹을 때,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쓸 때, 선풍기를 튼다. 다음 주에는 버스를 타고 팔공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글까 궁리해본다.
여름이 오면 또 어떻게 보내나, 힘들고 짜증 났다. 그런데 올해는 어떻게 물놀이를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다녀볼까 궁리한다.
더워서 좋지 않나? 계곡물에도 들어가 보고!
갱년기라서 더 좋지 않나? 찬물 샤워도 못하던 내가 계곡 입수도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