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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D Feb 25. 2024

I AM CULTURE

Me Myself And I / Channy D 2023


    인간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 곧 ‘문화’를 건설해 내는 존재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문화는 어떤 변화가 개입하며 중재하냐에 따라 형태를 입게 되는 ‘가능태’로 존속한다. 문화 자체가 변화의 산물인 것처럼,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인 인간 또한 ‘가능성’을 삶 전체의 무늬로 새긴다.


    ‘가능성’은 어떤 정답이나 구체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저 질문으로 존재한다. 때때로 이 질문은 개인의 내부에 기인하며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려 든다.


    나는 누구인가 - 이 질문이 여전히 유요한 까닭은 오직 인간만이 나라는 존재의 유무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나로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삶의 변곡점마다 밀려오는 의문으로부터 인생은 각자의 의미를 생산해 내기 시작한다.


    그렇다, 문화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된다. 문화는 자신을 변화의 현장으로 데려다 놓는 사람의 행보이자, 자신 이외의 다른 삶의 양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의 수용이며, 차이와 다름 속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실현할 줄 아는 사람의 성취이다.


    문화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재료는 결국 ‘나’라는 화두이다. 그리고 가장 진실된 문화는 진실된 ‘나’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여기, 그 경유지를 통과하고 있는 진실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Channy D의 앨범이 도착했다. 제목은 이름하여 ‘Me, Myself, & I’. 얼핏 보면 아티스트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전면으로 드러난 앨범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대담한 선포 저변에서 아티스트는 지속적으로 깊숙한 곳을 향해 두드린다. 이 두드림은 외부가 아닌 아티스트의 깊숙한 내면에서 울려댄다. 그는 ‘나’라는 화두를 가지고 치열하게 망치질을 한다. Channy D를 귀로 만나는 청취자는 그가 내뿜는 내밀한 진동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Me Myself and I 전체 앨범을 구성하는 세 파트 EP

    Channy D는 팔로알토, 비와이, Olive Oil, 등 국내 겸 국외에 내놓으라 하는 힙합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창작의 저변을 넓혀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최엘비, Tanaka Hikaru, Tamaki Roy, 등 힙합씬의 주축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했다. 그는 클래식을 전공하며 음악에 대한 해석력을 키우고 재즈를 공부하며 음악의 자주적 표현력을 배우고 힙합에 접목시키며 음악의 입체감을 터득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또한 정체된 소속감이 아닌 유동적으로 포괄하는 탈경계의 사고를 키우게 했다.

Channy D가 연주, PD, 등으로 참여한 앨범 [왼쪽부터 Bewhy 032 Funk, Olive Oil & Channy D, 팔로알토 Dirt]

    클래식, 재즈, 그리고 힙합. 어쩌면 이 세 장르들은 ‘Me Myself and I’의 은유로서 작동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은유는, 결국 핵심을 아우르는 언어가 아니던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음악, 그러므로 이것도 저것도 될 수 있는 음악. 이 작은 이치에서 ‘나’라는 위대한 가능성의 범위가 드러난다.


    ‘Me Myself and I’는 Channy D 자신 안에 간극을 보는 시도이다.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문화적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의 층위를 쌓는 담대한 도약이다. 자신의 뜨거운 핵으로 진입할수록 몽글몽글 밖으로 맺히는 땀의 결실. 묻어나는 물줄기를 보며 Channy D의 창작의 샘은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종종 말없이 흐르는 타인의 옹골진 땀을 보며 신뢰라는 것을 배우지 않던가.


    Channy D의 가능성이 도착했다. 우리는 좋은 음악을 통해 지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하며, 반대로 우주의 바깥으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좋은 음악은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나’에게 몰입하게 한다. 나를 열어내는 일은 그렇게 결속감과 해방감을 함께 동반시킨다. 막연하고 동시에 능숙하다. 그것이야말로 ‘나로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정직한 호흡과도 같다.

    ‘Me Myself and I’는 변화의 현장에 데려다 놓은 Channy D 본인의 발걸음이며, 다른 삶의 양식들을 품어낸 그의 포옹이며, 차이와 다름 속에서 내뿜어낸 그의 고유한 목소리다. 자신의 심연에서 오랜 시간 품어낸 Channy D의 오색찬란한 진주를 당신은 만났다.


    여기, Channy D의 문화가 도착했다.


Channy D 1집 'Me, Myself & I' 앨범 코멘터리 (10.13.2023 작성)

* 'Me Myself and I' 앨범은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Channy D 앨범 메이킹 다큐멘터리 시청하기 [아래 링크 클릭] ↓

Channy D 앨범 메이킹 다큐멘터리 "Belonging : Me Myself & I"  

Belonging : Me Myself & I, 2023


Channy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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