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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떻게든 손을 맞잡는 거야

음악과 이야기 4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4 : 不可幸力 (불가행력) - Vaundy

일본 싱어송라이터 Vaundy의 2020년 발매작 '不可幸力 (불가행력)' 싱글 트랙


'まぁ、なんとか手を取り合うんだ'

뭐, 어떻게든 손을 맞잡는 거야




다들 그럴지 모르겠으나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굳이 외출을 나가지 않았다. 우산을 써도 바람이 불면 새어 들어와 옷가지와 얼굴을 적시는 비가 싫었다. 비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어릴 적에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린 적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비를 핑계로 누워 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약속이나 회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뻥 뚫린 하늘 아래로 나서야 했다. 기분은 물론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나선 이유는 가지 않으면 더 큰 재해가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경험으로 배운 사실이었다.


갈등이란 내게 비와 같은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심성이 유약한 나는 갈등을 피하는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갈등의 전조가 보이는 순간부터 그 상황에서 한 발 떨어지려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의도치 않게 양보하다 보니 착한 아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실제로는 착함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갈등을 피하는 것은 나를 위한 판단이지 다른 이들을 배려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느꼈다. 마치 비처럼, 갈등을 언제까지나 피하며 지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갈등을 포기함은 곧 내 이권을 포기하는 일로 이어지곤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꽝 부딪친 것은 기숙사 때 일이었다. 그것의 결과로 주위에서 보인 반응은 예상외였다. 안 그렇게 봤는데 쟤 생각보다 이기적이네. 한 성깔 하는 애구나. 조심해, 쟤랑 어울리면 문제 생길 수 있어. 이런 말이 들린다는 것을 건너 들었다.


일이 터진 이후로 기숙사에는 내 소문이 쫙 퍼져 나를 모르는 이가 드문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여기서 악장은 바뀌었다. 나는 떳떳이 들고 다녔다. 그리고 와전된 이야기들을 바로 잡고 다녔다. 여론전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이제부터 고개를 들고 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비가 그쳤다.


상대방이 내게 용서를 구했고 나는 며칠 고민을 하다 받아들였다. 미움으로 또 다른 미움을 이기고 싶지는 않았다. 대인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나지만 그 일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은 무렵 이 곡이 떠올랐다. 삶은 가끔 흔들리고 그러다 광적인 상태로까지 마음의 불길이 번지기도 한다. 스스로 걷잡을 수도 없을 만큼 커진 불꽃은 자신의 마음을 전부 불사르고 다른 이의 마음으로 옮겨 붙는다. 나는 단지 그 불길을 잡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더는 어디로 번지지 않도록. 나와 내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어쩌면 세상을 지키는 것도 나를 위해서 하는 일에 불과할지 모른다. 모두가 나와 내 가족을 위하는 마음만큼만 이 세상을 지켜나갈 수는 없을까. 이 곡을 들을 때면 그런 생각이 든다. 미약하게나마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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