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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총량. 3부 End

by 채PD

1.

이렇게 쉽다고? 이렇게 간단히?

배다른 동생을, 아니 지체장애인 2급을 죽이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손쉬웠다.

호산나 요양병원은 외진 곳에 있었다.

동생 놈이 진료오는 날은 형우가 미리 일정을 확인해서 날을 잡았다.

대포차를 구하고, CCTV가 없는 길에서 기다린 후, 녀석이 나타났을 때, 그대로 뒤에서 밀어버렸다.

대포차는 형우가 아는 폐차장에서 처리했다.

물론, 두 사람의 알리바이도 치밀하게 짜놓았다.

두 사람은 사고 당시 형우가 아는 형님네 술집에서 술을 마신 걸로 되어있을 것이다.

카드 결제와 목격자가 증명해 줄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돈을 썼지만. 그깟 푼돈이 대수랴.


2.

”너 예전에 우리 보육원장이 했던 말 기억하냐?“

얼큰하게 취한 동석이 맞은편 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말?”

“그 행운 어쩌고 했던 말 있잖아. 매번 하던 말.”

“아. 기억하지! 그 할배..”


보육원장은 인생의 운에 대해서 원생들에게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얘들아, 운은 모을 수가 있단다. 세상은 말이지, 더하고 빼면 완벽히 제로가 되는 거란다.

갖고 태어난 거에 차이는 있어도 패를 몇 장을 받는지는 다 똑같아.

좋은 일을 하면 운이 모인단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금세 운은 줄어들어.

사람이라도 죽이면? 그걸로 너희의 인생은 끝이다

하지만 너희가 좋은 일을 해서 운이 너희 편을 들어주기 시작하면 복은 몇십 배로 불어난단다.“


어릴 때 수도 없이 들어서일까?

원장이 했던 말은 이상하게도 동석의 머릿속에 그대로 박제되어 있었다.

동석은 지금 갑자기 왜 그 말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떠올랐다. 그냥.


”크크.. 역시 그건 개소리였어..“


동석은 형우가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내밷었다.


3.

2주 후.

동석과 형우는 동네의 한적한 카페에서 변호사를 만났다.


이 정도 사건이면 제법 큰 사건이라며 본인이 직접 찾아뵙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예의가 바른 사람. 이라고 동석은 생각했다.


”동생분... 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예의바른 사람답게 그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먼저 빌었다.


동석은 순간 내가 위로의 말을 들어야 할지, 축하의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렸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곧바로 돈 이야기로 화제는 전환됐다.

”수수료는 유산 총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선생님의 경우는 1.5%로 1,500만원입니다.

여기에 법원, 평가, 기타 행정비용 이것저것해서 2천만원입니다.

땅 매매까지도 처리해 드리는데 이건 매수자가 있으니 금방 처리될 겁니다.

우선, 상속처리 관련해서만 선입금 해주시면 나머지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4.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됐다.

계약서 여기저기에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사인을 했다.

동석은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두 가지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사망한 배다른 동생이 사고사로 처리될 거 같다는 말. 그리고 언제까지 입금될 거라는 말.

모든 것이 완벽했다.


5.

“야! 룸빵이나 가자!”

카페를 나서며 형우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말했다.


“미친놈, 대낮부터 문 연집이 있겠냐! 일단, 일단 은행가서 수수료 입금부터 하고 벤츠나 좀 보러 가자!”

“오~ 벤츠!! 넌 계획이 다 있구나!! 가자~”

“오늘 진짜 날씨도 좋고, 운수 좋은 날이다”

“크크크크”

둘은 계속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6.

“네, 운수 좋은 날이네요, 아마 오늘 입금될 거예요.”

변호사가 동석과 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이 새끼들 졸라 쉬운 상대같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냥 10억이라고 할걸 그랬어요. 괜히 수수료 못 구해 올까봐 상속자가 두 명이라고 했어요”

”뭐, 상속자 두 명으로 설계한 건 니 아이디어 잖아, 근데 그 죽은 장애인은 진짜 누구야?“


”저야 모르죠! 근데.. 진짜 저 새끼들이 죽인 건 아니겠죠?“


”뭔 상관이냐? 그럼 우리가 벌 준다고 생각하자고,

여하튼 수고했다! 얼른 들어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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