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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정샘 Feb 24. 2023

올해도 ‘요정샘’ 할 수 있을까?

6학년 담임입니다만

7, 8년 만에 6 담임이다. 연달아 두해 1학년 아이들과 생활하다 초초고속 승진이다. 난 이미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하는데 익숙해졌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알려주는 게 몸에 배었는데 이걸 어쩌나. 내 말을 끊으며 ”아, 알아요. “ 하면 심장이 덜컥할 텐데.


내가 사실 요정이고
나이가 202살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왜 저래? 란 뜨악한 눈동자와 경악하여 벌어진 입을 보게 되려나? 그림책, 그래 그림책은 좋아하려나? 이 나이의 나도 좋아하는데 좋아하겠지? 매년 반복되건만 일 년 단위로 초기화되는 몸은 2월 내내 덜걱거리는데,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만 미친 듯이 돌아간다. 세상에! 식욕도 없어! 1 담임을 처음 맡으며 7권의 학급경영 책을 탐독했는데, 요 근래에는 학생자치, 고학년 학급경영 이런 책들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돈으로 동아줄을 살 수 있다니!


전 이거 하려구요. 동학년 선생님들의 첫 주 활동 계획을 듣고 그래 좋다, 나도 나도 했는데 영 그런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결국 내 스타일! 어느새 그림책 책장을 기웃기웃하며 첫날 읽어줄 책을 고르고 앉았다. 아마 다들 결과가 궁금할 거야. 나도 궁금하다. 나보다 크다는 우리 6학년들 반응이 어떠실지. 잘 고르자. 1년이 달렸다. 그림책 옮기느라 양다리는 멍이고, 일 년 만에 다시 연락드린 용달기사님께 책은 다시 안 옮긴다는 말도 들었는데. 책 묶고 나르고 정리하느라 승모근이 승천하게 생겼는데 첫 화에 조기종영할 순 없잖아!


하, 그래서 난 올해
그림책 읽어주는 요정샘을
할 수 있는 거야? 아니야?



지나가는 6학년 아이가 있으면 붙잡고 대뜸 묻고 싶다. 정말.

학급액자의 저 빈 곳에 기필코 ‘요정쌤’ 석자를 써 넣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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