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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정샘 Apr 09. 2023

학부모 총회 1부

열세 살 뜨거운 감자를 키우는 자들이여, 오라!

6학년

하교하면 거의 3시

하루 열 시간, 열한 시간을 일하는 요즘, 브런치의 ‘ㅂ’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한 달 조금 넘게 지났다고 요즘엔 똥도 잘 싸고 가출했던 식욕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주말, 브런치를 먹고... 쓰고 싶은 여유가 생겼다. 생존신고다.



‘샘, 녹색 신청 얼마나 들어왔어요?’


‘고학년이라 그런가 한 자릿수예요. 그 반은요?‘

‘일곱이요.’

‘아... 총회는 몇 분이나 오실까요?‘

‘저희 반 작년에 두 분 오셨어요.’

...

‘네????’

‘아니, 그럼 녹색대표, 학급대표를 어떻게....‘

‘뽑나요?’를 꿀꺽 삼켰다.


재적 스물예닐곱, 총회 참석자 두엇

6학년은 신비롭다, 늘.


-

학부모 총회날이 도래했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궁금함과 총회 때 학교를 가면 뭔가 묵직한 직책을 맡게 된다는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하실 학부모님들이 떠올랐다.


꼬시자!

만렙이신 6학년 학부모님과의 첫 만남을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경력교사답게 고민하지 않는 듯 고민했다.


내가 잘하는 거.
내가 아이들과 하고 싶은 거 보여드리자!


그림책 읽기와 심리상담.

그렇게 몇 일째 책장에 모기처럼 붙어 그림책을 골랐다.


‘아, 이거 좋지!‘

‘이 책 읽을 만 하지.‘

‘어머 이 책!’

‘와우, 저 책!‘


십수 권의 책을 펼쳐놓고 딱 한 권을 낙점하기 위해 또 며칠을 고민했다. 일 년에 오직 한 번 쓸 수 있는

생일찬스의 신중함에 비할 수 있겠다.


섬섬은 고양이다.

전미화 글그림, 창비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나의 최애(최애라 말하는 책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그림책이다. 교사이자 학급공동체 일원이자 내가 맡은 아이들의 부모 같은 그런 복잡 다단한 담임의 정체성. 이 책은 나의 ‘부모’에 작은 돌을 던져 물결을 일으켰었다.


‘이 책을 읽어드리고 열세 살 사춘기 자녀를 키우며 생긴 고민을 함께 나누며 상담을 진행하자. 그래서 학부모님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자.’


그렇게 나의 총회 목표는 ‘학부모 울리기’가 되었다.


매일 알림장에 학부모님들을 꼬시는 글을 썼다.

열세 살을 키우며 생긴 고민을 함께 나눠요.
그림책도 읽어 드려요. 공감으로 치유받고 가세요. 오세요, 오세요 : )


코로나로 학교문이 닫힌지 4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총회


2023년 3월 어느 날

일곱 분의 어머니께서 마치 첫 등교일의 1학년처럼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교실 가운데에는 학생 의자가 작은 원을 그리며 놓여있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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