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지 말고 나랑 놀자!
첫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아이들이 전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갔다. 문제집을 꺼낸 아이, 책을 꺼내 읽는 아이 이렇게 딱 두 명만 빼고. 영화가 끝난 영화관인줄. 애국가 묵송에 이은 두 번째 충격 되시겠다.
복도로 빼꼼 나가보니 이반 저반 할 것 없이 온 육학년이 나와 발 디딜 틈이 없다. 친해질 대로 친해진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진 아이들. 온통 어색한 공간에 어색한 이들과 함께 있으니 그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이 아이들은 숨 쉬러 나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친한 친구들을 만나 외로움과 낯섦을 달랜 아이들은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교실로 돌아왔다.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는 이 아이들이 우리의 교실에 얼른
정들었으면......‘ 본인도 어색해서 내내 삐걱거린 첫날 이런 생각했다.
이 책들 마음껏 읽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추천도 해줄게.
기분이 안 좋을 땐 이 포근한 인형을 빌려줄게. 안고 있어. 그러 기분이 조금은 풀릴 거야.
여기 봐. 여기 보드게임들도 많아. 친구들이랑 로보 77도 하고 도블도 해.
혹시 공기도 있어요?
여학생 한 명이 작게 물어왔다. 그럼 그럼. 한 통이나 있어!!!
다음 쉬는 시간엔 교실에 여남은 명이 남아 교실을 둘러보았다. 책장 앞에서 기웃, 거울 앞에서 기웃. 전시장을 둘러보는 듯 물건들에 손대지 못하고 눈에 담고 담았다.
둘째 날에는 아이들의 반이 교실에 남았다. 여기저기 모여 앉아 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는 아이도 생겼다. ‘응. 그래. 읽어 읽어. 과학에 관심이 많구나!’
나도!
도블 게임을 하는 팀에 끼었다. 목이 제법 칼칼해진 채 한판을 끝내고 또 다른 팀에 끼어 게임을 했다.
학원 숙제니?
이차 방정식을 풀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개구짐과 명랑함을 품은 채 아직 얼어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노크를 했다.
똑똑!
나가지 말고 나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