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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Aug 20. 2022

<풀타임> ★★★★

숨 돌릴 틈 한번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전쟁 같은 일상


에리크 그라벨 감독과 주연배우 로르 칼라미. 영화 마니아라 해도 굉장히 낯설게 들리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입니다. 어디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감독과 배우가 함께 탄생시킨 영화 <풀타임>은 베니스 영화제에서의 수상 경력과 더불어 올해 전주 국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될 당시에도 큰 호평을 받으며 정식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심어주었죠. 일상 스릴러라는 다소 독특하게 다가오는 타이틀을 내세운 이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쥘리'는 남편과의 이혼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입니다. 그녀는 5성급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죠. 하루하루 고되지만 성실한 삶을 살고 있던 그녀에게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전국적인 대규모 교통 파업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출퇴근 거리가 멀었던 그녀에게 교통 파업은 무척이나 치명적이었습니다. 매일 대체 교통편을 찾아다니며 뛰어다니고 버스나 기차가 없으면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는 등 고단한 삶은 그녀를 계속해서 옥죄어오기만 할 뿐이죠.



사실 이 영화에는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스펙터클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몰입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상황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죠.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워킹 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이웃에게 맡기지만 교통 파업으로 인해 퇴근이 늦어지며 겪게 되는 이웃과의 갈등, 마찬가지로 출근을 할 때에도 교통 문제 때문에 지각이 잦아지며 생기게 된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 이혼한 전남편에게 양육비 문제로 연락을 해보지만 전혀 연락이 안 되는 상황,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준비를 하는 과정 등 나날이 정신없이 살아가는 '쥘리'의 삶은 평상시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기에 더욱더 공감이 가고 이런 현실적인 체감이 영화를 더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내는 것이죠.



영화 속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거의 모든 장면이 주인공 '쥘리'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죠. 로르 칼라미는 거의 홀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주 빼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엄마의 모습부터 프로페셔널하게 업무에 임하는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진중함, 그리고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인물의 고단함까지 다양한 감정들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마치 그녀의 삶을 실제로 체험한 것처럼 온몸에 진이 다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잘 전달한 작품이었죠. 더욱이 우리가 '쥘리'에게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우리도 '쥘리'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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