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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Jan 20. 2022

<해적: 도깨비 깃발> ★★

시종일관 오발탄만 쏘아댄다


2014년 여름에 개봉했던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무려 8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었죠.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었던 <해적>이 7년 만에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시리즈이긴 하나 1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도 아니고 배우들도 싹 바뀌긴 했지만요. 사실 저는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봤던 1편도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에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 깃발> 역시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극장에 찾아가서 볼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CGV 회원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개봉일보다 일찍 이 작품을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해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리비안의 해적>도 그렇고 <해적> 시리즈 1편인 <바다로 간 산적>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화려한 액션보다는 웃음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애초에 해적이란 캐릭터 자체가 뛰어난 무술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니깐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도 유해진 배우를 중심으로 한 유머 코드가 통했기 때문이죠. 이번 <도깨비 깃발> 역시 초반부터 웃음을 주기 위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실제로 큰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영화가 시작하고 끝나는 순간까지 제 표정에는 약간의 변화조차 없었을 정도로 저에겐 영화 속 웃음 코드들이 너무나 진부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머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강하늘이 연기한 '무치'와 이광수가 연기한 '막이'인데 강하늘은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웃음을 줄 때 보여주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이광수 역시 런닝맨에서 많이 보았던 리액션과 몸개그를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그나마 런닝맨에서는 리얼한 상황에서 나오는 리액션이니 웃기기라도 했지만 영화처럼 철저하게 짜여진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전혀 웃기지가 않더군요. 영화는 두 주인공인 '무치'와 '해랑'의 로맨스를 통해서도 재밌는 상황들을 연출하는데 이마저도 저를 웃게 하기엔 많이 부족했습니다.



웃음 다음으로 중요한 액션마저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은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왔던 액션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고 전반적인 액션들 모두 다른 영화들에서 나왔던 좀 그럴싸한 액션들을 답습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캐릭터의 특성을 활용한 액션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주인공 '무치'의 경우 스스로를 고려 제일의 검이라 칭함에도 불구하고 검을 활용한 액션씬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액션이 없었고 빼어난 활 솜씨를 보여주는 '한궁'의 액션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레골라스'가 보여주던 액션과 흡사하다 보니 특별히 참신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무치'와 빌런인 '부흥수'가 벌이는 1 대 1 진검승부도 전혀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또 다른 장소에서 '해랑'이 처한 상황과 어정쩡하게 번갈아가며 보여주다 보니 집중력도 분산이 되는 역효과가 나게 되었죠. 씬의 마무리도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요.



웃음도, 액션도 만족스럽지 못하니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는 배우들도 전무했습니다. 여주인공인 한효주의 경우에는 내내 부자연스러운 톤으로 연기를 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배우들 모두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장면들도 꽤 많았습니다. 또한 조연 캐릭터 중에서도 특별히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딱히 없었고 채수빈이 연기한 '해금' 캐릭터는 대체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한궁'과의 로맨스를 제외하면(이마저도 전혀 쓸데없게 느껴질 정도.) 쓰임새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줘야 하는 빌런 '부흥수'도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무치'와의 과거 서사도 고민을 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꽤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가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포함해 거대한 고래가 등장하는 장면, 쉴 새 없이 번개가 몰아치는 번개섬, 그리고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불기둥 등의 볼거리는 일반적인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들이죠. 다만 우리는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 같은 작품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각적으로 멋진 장면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마저도 그렇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습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도 않았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에겐 너무나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유머든 액션이든 볼거리든 관객들에게 계속 무언가를 쏘아대기는 하는데 유효타가 전혀 없었네요. 그래도 하하 호호 웃으며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제법 있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은 흥미를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지금까지 계속 얘기했던 것처럼 저는 그다지 추천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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