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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May 05. 202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호러이기에 샘 레이미여야만 했던 마블의 최선의 선택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연말 수많은 이들을 열광케 했던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두 번째 쿠키 영상은 이례적으로 마블의 차기작의 예고편이 나와 큰 화제를 불러모았었습니다. 그것도 몇 초짜리 예고편이 아닌 꽤나 긴 시간의 예고편이었죠. 그 작품은 바로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두 번째 솔로 무비인 이 작품은 마블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첫 호러 장르의 영화란 점에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3부작을 통해 슈퍼히어로 장르를 연출했던 경험도 있고 <드래그 미 투 헬>, <이블 데드> 등 호러 장르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는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더욱더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는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인만큼 1편에서도 <인셉션> 못지않은 화려한 시각효과가 눈길을 사로잡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캐릭터들이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장면에서의 시각적인 연출과 더불어 각기 다른 차원에서의 색다른 뉴욕의 풍경을 그려낸 부분도 흥미로운 볼거리였죠. 또한 화려한 마법이 오가는 액션씬의 비주얼도 훌륭했습니다. 초반부 카마르 타지에서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 일행들이 벌이는 전투씬은 '스칼렛 위치'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후반부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른 차원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맞붙는 장면에서는 음표를 활용한 시각적 연출이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예상외로 음표 싸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더군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마블이 처음으로 도전한 호러 장르 영화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포는 아이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완다', 즉 '스칼렛 위치'의 광기 어린 집착에서 비롯되죠.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부제도 '대혼돈의 멀티버스'보다는 원제처럼 '광기의 멀티버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여러 차원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차베즈'를 두고 벌어지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의 추격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을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의 모습은 굉장히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스칼렛 위치'가 흑마법을 활용해 다른 차원의 '완다'를 조종하려고 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정신세계에 침입한 '프로페서 X'를 무참히 죽이는 장면도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잘 연출된 대목이었는데, 드라마 <완다비전>에서 보여준 러블리한 '완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스칼렛 위치'의 무시무시하고도 섬뜩한 이미지를 그려낸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 또한 샘 레이미 감독의 연출력만큼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외에 이 영화엔 모두가 반가워할만한 배우가 등장합니다. 바로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X'를 연기했던 패트릭 스튜어트입니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그의 등장을 암시하긴 했으나 일루미나티의 일원으로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니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그 외에도 드라마 <왓 이프>에서 등장했던 '캡틴 카터', <캡틴 마블>에서는 '마리아 램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차원의 '캡틴 마블'로 등장한 라샤나 린치, 판타스틱 4의 일원인 '리드 리차드'(미스터 판타스틱) 등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죠. 하지만 위엄 있게 등장한 것과는 달리 '스칼렛 위치'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며 다소 허무하게 퇴장한 부분이 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아메리카 차베즈' 역시 중요도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비한 편이었고 배우 자체의 매력도 개인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말 많은 마블 영화들이 탄생했고 그 많은 작품들의 세계관이 공유된다는 점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의 큰 강점이기도 했지만 이전 작품들을 다 챙겨봐야만 새로운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부분 때문에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걸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기점으로 멀티버스라는 설정이 본격적으로 더해지면서 이야기의 구조도 복잡해지고 있고 이번 작품은 드라마까지 챙겨봐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만큼 마블의 진입 장벽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죠. 분명 저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피로감이 느껴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던 인피니티 사가를 뒤로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블의 여정은 여전히 지켜볼 가치가 충분하고 이번 작품, 특히 '스칼렛 위치'가 핵심이 되는 작품을 호러 영화로 만든 것, 그리고 이것을 샘 레이미에게 맡긴 건 마블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키 영상은 총 2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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