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여러 계획들을 세웠었습니다. 잡지 만들기, 브런치 쓰기, 웹소설 쓰기 등 회사를 다니면서 선뜻하지 못했던 창작 활동들을 쉬는 동안 성실히 해보고자 했죠. 그러나 한 달 전 미리 신청했던 잡지 만들기 외에 다른 활동들은 계획했던 만큼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문뜩 저에게로 찾아온 한 가지 기회 때문이었죠.
퇴사 날이 결정된 이후 그동안 연락했던 협력사 분들에게 담당자 변경을 이유로 연락하던 중 한 분이 그동안 제게 좋은 인상을 받아 이력서를 주면 추천서를 넣어준다고 연락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지만, 그렇게 추천받은 곳은 지금의 제게 굉장히 과분한 곳, 그만큼 많은 능력이 요구되는 곳 정말 많은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추천해 준 보람도 없이 갈 수 없던 곳이었죠.
정말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했죠.
그러나 3차에 걸친 면접의 결과는 아쉽게도 빠른 시간 많은 부분을 준비하기에는 제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인지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탈락의 소식을 듣고 난 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준비는 했다고 하지만 버틸 수 없는 허탈감이 몰려왔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니 후회는 없을 거라고 수 백번 다짐했으나, 탈락한 그 순간부터 며칠간 허무함에 의욕을 잃고 시간을 흘려보내길 반복했습니다.
'만약 이 기회가 내가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주어졌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러면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마음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결과를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죠.
상처는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하루는 의식대로 살아보고자 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잠도 푹 자고, 게임도 하고 웃고 싶을 땐 웃고 슬픈 생각이 들면 마음 놓고 아파했습니다.
오늘 하루만 이렇게 지내자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지내보자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회에 나 자신을 다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를 발목 잡은 건 다름 아닌 영어였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매년 계획마다 영어 공부를 넣어왔던 저였지만 결국 '이걸 언제 써먹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소홀히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알았죠. 기회는 아무도 모르는 순간 어떠한 형태로도 갑자기 불쑥 찾아올 수 있다고요. 이번 기회는 제게 뼈아픈 상실을 안겨주었습니다. 대신 그 아픔만큼의 열정도 같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주었죠.
쓰라린 2월 기억은 그동안 안주하고 있던 제 자신을 깨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안주된 생활 속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을 어쩌면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던 저를 누군가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에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지금의 상실의 기억을 잊지 말자고
다음의 기회를 잡기 위해 성장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