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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선 Oct 02. 2021

'되려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반응하라'는 로웬펠드

일곱 번째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1년 10월 3일

서소문로에서


친애하는 로웬펠드 님,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할 일들이 조금 생겼습니다. 미술관 밖에서 활동 중인 제게 저 자신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회가 기관과의 협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술관과 미술관 밖의 활동 경계에 서 있는 저는 그 접점을 잘 연결해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요. 저는 미술이론을 전공했지만 전문적으로 미술교육에 대한 교육과정을 수료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기회가 오는 것을 보면 그동안 쌩.고생만 아니 말이 헛 나오는군요. 다시 말해 그동안의 공부가 헛고생이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로웬펠드 님과 브루노 무나리 님, 드 보노님, 김환기 님, 데이비드 호크니 님, 루돌프 슈타이너 님, 우치다 다쓰루 님, 김성우 님, 박완서 님, 최태만 님 외 다수. 이루 말할 수 없는 작가와 책, 스승님, 벗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일정 시기 동안은 배우기만 했지 그 배움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몰라 방황했고요. 아 물론 놀기도 많이 놀았습니다. 그런데 노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놀지 않았다면,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을 통합해 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검게 그은 공장 _ 아이가 실패한 공작(7세)을 검게 칠했는데 실패선들이 공작을 살아 움직이게 하더군요. 이렇게 저는 메타인지 중입니다만. ^,^

맞습니다. 여섯 번째 편지에서 배운 융합 아닌 '통합' 예시가 이렇게도 적용되는군요. 도판  장으로 설명될  없는  통합된 지각의 과정은 요즘 말로 '메타인지' 라더군요. 이렇게 새롭게 조합되어 버무려진 단어들만 배불리는 현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저러한 단어가 주는 공포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상 자체는 바람직하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도 하고 좌충우돌하면서 아무튼 발전적?으로 2022 2023 2024...   테니까요.

아아. 이런 이야기는 답도 없는, 밑 빠진 독에 두꺼비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렇지요?


자, 일곱 번째 편지부터는 좀 중요한 부분입니다. 로웬펠드 님도 점심을 든든하게 잡수시고 저와 대화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제3장 ㅣ 교실에서의 미술교육


1. 창의적인 작품의 중요성

2. 미술을 통한 성장의 이해

3. 재료와 기능의 중요성

4. 창의적 작품의 평가

5. 작품의 전시와 경쟁

6. 교사의 창의적인 지도

7. 발달단계에 대한 교사의 이해

8. 지도과정


중 먼저 앞의 3 부분을 통합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제3장 ㅣ 교실에서의 미술교육


1. 창의적인 작품의 중요성

2. 미술을 통한 성장의 이해

3. 재료와 기능의 중요성


흔들선 문:

로웬펠드 님, 왜 창의적인 작품이 중요합니까?!


로웬펠드 답:

앞서 미술교육을 공부했다고, 국립현대미술관과 드디어 무언가를 할 기회가 왔다고 이야기하더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

어린이가 또 창작자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억누르는 정서적인 장애를 제거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어떠한 완성된 작품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주로 기교적인 솜씨에만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어린이가 미술활동을 하도록 격려할 때에도 단지 기교적인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솜씨를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죠. 서투르다'poor' 하더라도 자신의 창의적인 작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창의적 작품이 개별적인 가치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해야만 합니다.


흔들선 문:

우리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려면 서로 더욱 예의를 갖추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창의적인 작품이 왜 중요한지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컸답니다. 로웬펠드 님은 윌슨에 대한 농담을 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 목적지향적 문답을 하십니다. 통합된 지각 과정 사고의 확장을 강조하신 분인데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연결 지어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참여자 및 어린이에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돕는다고 저의 제1원칙이기도 하답니다. 걱정 마십시오.

로웬펠드 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것 something'을 섬세하게 하락하며 그가 표현 욕구가 있는지 잠재되어있는지 표현 욕구 자체가 없는지를 기민하게 파악할 것입니다.


로웬펠드 답:

나는 목적이 있는 대화를 좋아합니다. 나는 농담을 할 만큼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어딘가에 쫓기듯 그리고 항상 아픔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의성에 대한 교육과 글을 썼으니 나를 이해해주십시오.


만일 어떤 어린이가 "저기에 나무 한 그루와 집이 한 채 있어요"라고 말할 뿐 자극을 받을 때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한 대상이 아닌 '어떤 것'을 그리려고 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한 대상이 아닌 어떤 것을 그리려고 했음을 의미하는 거죠. 하지만 어린이와 참여자가 볼 수 없거나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가 말한 것, 또는 그 이상을 드러내기도 하는 개별적인 상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자아와 관련된 경험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충분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무척 중요하게 언급할 것이 있습니다.

간섭과 동기부여는 항상 고민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난화기의 어린이(2-3세)에게 시각적인 형상을 자극해도 그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8살 어린이는 원급 법의 제반 원리를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고요. 나와 나의 주변에 집중되므로 발달단계에 맞는 동기부여가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2. 미술을 통한 성장의 이해


흔들선 문:

반복되는 도식을 그리는 아이는 현실 도피의 증거라고요. 저는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작은 변화도 두려워하며 똑같은 것을 그리며 안정감을 느낀다는(앞 편지에서 언급한 비행기만 그리는 아이) 말에는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1947년과 달리 2021년에는 상업적 환경에 사람들이 많이 노출되어있고 패턴이라는 강력한 상업적 결과물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현실도피 증거라고 하기엔 부족한 논리랍니다. 하지만 로웬펠드 님이 언급하신 정서적인 부적응이 심한 아이에게 물 한 컵만 가져달라고 해도 놀라 움츠러든다는 이야기는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로웬 펠트 답: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달라진 환경에서 단지 물 한 컵 가져다 줄래라는 부탁은 불안감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면 물 한 컵 가져온다는 것이 자세를 바꾸어 일어서고, 조리대와 수도꼭지가 있는 쪽을 찾아 걸아가고, 수도를 틀어야 하는 등 자신의 현상황을 많이 변화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도식을 반복해서 그리는 아이에게 "우리 아이는 칠하기 그림책에 색칠하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자주 대답하는 부모는 양육자로서 아이를 너무 과잉보호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죠. 계속되는 과잉보호는 어린이를 그 상태에 계속 머물게 하며 어린이에게서 자유뿐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없애버린답니다.


흔들선 답:

로웬펠드 님의 의견에 너무나 동의합니다. 저는 드로잉 워크숍을 할 때 아이들의 특징을 그림으로 파악한 후 튀어나가길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눈을 감고 자유롭게 그리기를 시키고, 너무 자유분방하게만 그리는 친구에게는 명확하게 그릴 수 있는 사물을 자유분방한 화면에 꼭 배치시키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으로 돕고요. 이렇게 반대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사고의 확장을 넓힐 수 있도록 이끌죠.


로웬 펠트 답:

맞아요. 집이나 나무가 어린이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되면 그것은 다른 나무나 집이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특징을 갖게 되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데 정서적으로 자유롭고 억제당하지 않은 어린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파생되는 어떤 문제를 직면했을 때 자신감과 안정감으로 대처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어린이는 자신의 경험세계와 훌륭하게 동일화할 수 있는 용이함과 유연성을 갖게 됩니다.


흔들선 답:

로웬 펠트님이 시간이 되실 때 유튜브를 한번 보십시오. 서울대 합격 쌍둥이라는 타이틀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안정감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동영상입니다. 양육자의 양육스타일도 들어볼 만하고요.

https://youtu.be/CL8 BL5 O6 I-M


흔들선 문: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영상을 첨 부하 고나니 다음이 미술을 통한 지적 성장이었네요. :) 로웬펠드 님이 정서적 발달과 지적 발달의 적절한 균형을 무척 강조하셨죠. 그런데 이를 위해 미적 동기를 많이 부여하라고도 하셨고요. 이러한 벨런스 교육이 정말 쉽진 않습니다.


로웬펠드 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조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어린이가 지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욕구나 자유를 발달시키지 못하면 그 지식은 쓸모없게 될 것입니다. 일단 비교에서 자유롭게 한 후 지적 발달이 느린 어린이에게는 그에 적합한 미적 동기를, 정서적 발달이 앞선 어린이에게는 지적 발달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합시다. 단, 비교한다거나 느리게 발달한다는 이유를 앞세울 필요는 전혀 없고요. 저기 주신 동영상에서도 그런 말이 반복되더군요.


흔들선 문:

미술을 통한 성장의 이해 부분 중 미술을 통한 미적 성장에서 무척 중요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허버트 리드는 미적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미적 교육은 예술을 통한 교육을 강조하였고 다방면의 예술을 그냥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근원 저인 면을 인간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보았다.)

저는 이 말에 정말 동의합니다. 앞서 창의성의 특성 중 하나로 조직화(organization)할 수 있는 능력을 소개하기도 했죠. 언어에 적절한 조직화를 시라고 하고, 공간의 조화로운 조직화를 건축이라고 부르며, 음악의 조직화를 음악, 선과 형태 색채의 조직화를 회화, 몸동작의 조직화를 무용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미적 성장은 표전을 설정할 수 없는 유기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의 개념은 문화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누군가 독단적으로 설정한 조직화와는 구별됩니다. 그래서 예술에서 미적 준거(aesthetic criteria)는 개별 작품에 기반을 둡니다. 하나의 창작품은 그 자체의 미적 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아동미술에서의 창의성 발달은 어린이가 작업에서 보여주는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접근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독단이나 규칙, 압력에 의하여 창의성을 억제당해온 어린이들은 베끼거나 그대로 본뜨는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창조해왔던 독자적인 방법에 자신감을 잃게 되면 다른 사람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3. 재료와 기능의 중요성


흔들선 문:

저는 저학년일수록 재료에 대해서는 확장해 두는 것을 선호합니다. 종이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작업만 하는 어린이를 제외하고는요. 그러한 방식만 고집하는 어린이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재료를 아주 소량 제공합니다. 그렇게 해서 감정의 표출을 낮추거나 높이는 방법을 병행하는 거죠. 그런데 청소년에 대한 재료를 언급한 부분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직접 언급해주십시오.


로웬펠드 답: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속에 그 일에 대한 목적을  갖지 않고서는 나무를 깎는 법을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즉 그가 새총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갖지 않고서는 나무를 깎아야만 새총을 가지고 놀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 때문에 완성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최초로 배우는 것은 문법이 아닙니다.

표현하려는 목적이 없다면 말이나 글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미술교육의 각 단계에서 배워야 하는 기교도 마찬가지죠.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의욕이 미술 표현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합니다.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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