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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플레이어 Mar 30. 2023

로맨스 판타지 웹툰에서 바라본 사랑 이야기

우리 시대의 로맨스: 2편 웹툰

오늘의 스토리 플레이리스트

1. 우리 시대가 '읽는' 웹툰 속 로맨스는 어떨까요?
2. 데이터로 살펴 본 웹툰 속 로맨스 판타지
    (1) 남성 인기순에는 로판이 단 한 편도 없다?
    (2) 압도적 소설 원작 
3. 로판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관계
    (1) 능력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
    (2) 내가 남자들을 거느린다 - 역하렘물 
    (3) 요즘 세대의 아침 드라마- 집착, 소유, 복수 
+) 숨은 호박잰구리를 찾아 질문의 자취를 따라가보세요 (위잉과 개굴로 표시되어 있답니다!)



우리 시대가 ‘읽는’ 웹툰 속 로맨스는 어떨까요?

웹툰은 더 이상 서브 컬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시장 규모와 함께 이용자 층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2년 오픈서베이 웹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10대랑 20대가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지만 더 이상 웹툰 소비가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완벽히 서브 컬쳐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독특하고 니치(niche)한 콘텐츠가 웹툰만의 매력이죠. 유명한 드라마나 예능은 훌륭한 대화 소재가 됩니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죠. 소셜 뷰잉 (social viewing)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소비되는 편이죠 (개굴). 이런 특성으로 웹툰에서 보여지는 ‘로맨스’는 드라마, 예능에서 보여지는 로맨스와는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오픈서베이 웹툰 트렌드 리포트



데이터로 살펴 본 웹툰 속 로맨스 판타지

웹툰 로맨스 장르의 특성을 한 번 파악해보기 위해 네이버 웹툰을 살펴보았습니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큰 웹툰 플랫폼이며 동시에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네이버 웹툰 모바일에서 [여성/남성 인기순]으로 요일별 Top 18 작품의 키워드를 수집했습니다. 키워드로는 네이버 웹툰에서 제공하는 작품 별 해시태그를 활용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웹툰


저희는 ‘로맨스 판타지’ (로판) 속 사랑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현실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이 아닌 로맨스 판타지를 다루는 이유는 웹툰과 웹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주로 다루는 장르죠. 물론 네이버는 로판으로 특화된 웹툰 플랫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네이버 웹툰에서 수집된 로판에서도 흥미로운 특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남성 인기순에는 로판이 단 한 편도 없다?

출처: 호박잰구리

먼저, 여성 인기순으로 수집된 125개의 여성 인기 웹툰 중 15개의 작품이 로판입니다. 반면 남성 인기순으로 수집된 작품에는 단 하나의 ‘로판’도 없었습니다! 로판은 주로 ‘여성향’ (여자를 주 소비자층으로 잡은 작품)이라는 점이 여기서 한 번 더 드러나네요. 여성 인기순 웹툰 중 로판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부 공작님을 유혹하겠습니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시한부인 줄 알았어요!>, <짐승의 꽃>, <황후를 훔친 이는 누구인가?>, <하렘의 남자들>, <남편을 죽여줘요>, <흑막 여주가 날 새엄마로 만들려고 해>, <네가 죽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 <이러면 안 돼요, 전하!>,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 <바스티안>, <밤마다 남편이 바뀐다>, <칼끝에 입술>, <몸이 바뀌는 사정> 입니다. 전부 서양로맨스판타지 (서로판)이군요.


(2) 압도적 소설원작 

출처: 호박잰구리


로판의 경우 대부분이 소설원작입니다. 키워드를 보면 15개의 웹툰 중 무려 13개가 ‘소설원작'이죠. 현실 기반의 (오피스물, 캠퍼스물 등) 로맨스 작품의 경우 웹툰이 원작인 반면 로판의 경우 웹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왜 이럴까요? 


네이버에서 원래 로맨스 판타지를 밀지 않았던 만큼 웹소설에서 이미 팬덤이 확보된 소설을 주로 가져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재혼황후>죠. 또한 로판의 웹소설-웹툰 간 중간다리 역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소비자가 움직이고 동시에 웹툰에서 웹소설로 넘어가는 중간다리인 것이죠. 댓글에서 웹툰을 보다가 소설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네이버 웹툰에서 네이버 시리즈로 넘어가는 하나의 경로로 로판의 역할이 드러납니다. 


소설 원작인 작품이 많다보니 웹소설의 특징인 ‘긴 제목’이 웹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기본 15글자 이상으로 제목만으로 충분히 소설 내용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나다 도요시가 적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설명한 일본의 라이트 노벨의 특성과도 같습니다. 제목이 대체로 긴 편인 라이트 노벨은 제목이 내용을 설명하며 줄거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로판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관계 

여성인기순으로 요일 별 Top 18에 들어간 네이버 웹툰 작품의 해시태그를 살펴봤을 때 주로 보이는 등장인물과 그들 간의 관계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등장인물의 특징은 바로 ‘걸크러시’와 ‘직진남’입니다. 


이는 비단 2023년 네이버 웹툰에만 해당하는 트랜드는 아닙니다. 안상원 (2019) 연구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의 경우 '능글녀,' '우월녀,' '걸크러시'의 키워드로 주로 설명되며 남성 캐릭터의 경우 '평범남,' '애교남,' '짝사랑남,' '대형견남' 등의 키워드가 주목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시태그로만으로는 로판의 특성을 파악하기는 어려워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걸크러시는 크게 두 분류입니다.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너가 처음이야!” 느낌의 걸크러시와 “내가 모든 이들의 위에 있다” 느낌의 걸크러시죠. 직진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랑 결혼해줘”의 직진남과 “너라면 다 좋아”의 직진남입니다.  여러 형태의 걸크러시와 직진남이 로판에 있고 그에 따라 주인공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크게 두 흐름이 보이는데요. 하나는 “능력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내가 남자들을 거느린다 - 역하렘물”입니다.


(1) 능력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

출처: 호박잰구리

여러 작품이 있고, 각 작품마다 개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특징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점이 분명 있습니다. 다만 웹툰 로판에 아직 신데렐라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가족들의 구박과 학대로부터 남성 캐릭터의 도움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죠. <짐승의 꽃>, <황후를 훔친 이는 누구인가?> <시한부인 줄 알았어요!> 등이 그 예입니다.  아름다운 여주인공에게 반한 남주인공이 힘든 상황에 놓인 여주인공을 구원하는 서사도 있는 반면, 본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남성 캐릭터를 공략하는 스토리도 보입니다. 결국 남성 캐릭터를 통한 신분 상승과 위험에서 도피한다는 점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과거 신데렐라 이야기와 차이점이 있다면 여주인공들이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 마냥 나약하고 능력 없는 여주인공은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이런 여주인공은 인기가 없는 것이겠죠. 상황이 그녀들의 능력을 가린 것일 뿐 능력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설정이죠. 과거 신데렐라는 외유내유(外柔內柔)였다면 요즘 신데렐라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대세입니다.


(2) 내가 남자들을 거느린다 - 역하렘물 

출처: 네이버 웹툰

하렘물은 한 명의 남자 주인공 주변에 여러 여자 캐릭터들이 사랑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면 역하렘물은 한 명의 여자 주인공 주변에 여러 남자들이 사랑을 쟁취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렘물은 보통 ‘남성향’으로 역하렘물은 ‘여성향’으로 구분되는 편입니다. (이성에게 구애를 받고 싶은 욕구를 이렇게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일까요?) 이런 지칭이 어색하다고 느껴지실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많은 작품들이 (꽃보다 남자, 트와일라잇 등)이 생각해보면 역하렘물입니다.


로판의 경우 남성이 여성을 소유하는 ‘능력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도 있지만 동시에 여성이 여러 남성을 소유하는 이야기 (예) 하렘의 남자들)도 많이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와 ‘하렘의 남자들’입니다. 외강내강(外剛內剛)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메데이아는 웹툰판에서 미친 듯이 강한 계략 여주로 유명하죠.


(3) 요즘 세대의 아침 드라마- 집착, 소유, 복수 

로판에서는 현실기반 로맨스에 비해 좀 더 ‘집착’하고 ‘소유’하고 ‘복수’하는 서사가 두드러집니다. 캐주얼한 로맨스보다 그 감정의 골이 깊고 어두운 편이 많죠. 안상원 (2019) 연구에서 로맨스 판타지의 중심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세계의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2) 정치적인 복수와 함께 권력을 얻으며 성장하면서 (3) 주어진 사랑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개연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판타지라는 세계관이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판타지적 설정이 바로 회귀죠. ‘회귀’ 혹은 ‘빙의’는 로판에서 보이는 클리셰 중 클리셰 설정으로 “다시 태어났더니!” 혹은 “이번 생엔?!” 으로 시작하는 제목들에서 드러납니다. 젊은 세대의 아침 드라마의 역할을 지금 웹툰이 해주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둡고 강렬한 삼정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판타지라서 그렇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상당히 막장 드라마가 많은 편입니다)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로맨스 판타지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드렸지만 웹툰 내 로맨스는 드라마보다도 그 수가 많고 다양합니다. 이런 특성이 보인다고 하기에 빠르게 변화하기도 합니다. 로맨스 판타지 중에서 육아물, 일상물을 그려내는 경우도 다수 보입니다.


그러나 대중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웹툰 로맨스의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로판에서 보이는 물리적 배경의 차이가 있죠. 제가 생각해도 알록달록한 머리 색깔을 보여주는 등장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며 서양 판타지물을 국내에서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재혼황후>는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동양풍이 될지 서양풍이 될지는 결정이 안 났다고 하네요)


다만 유독 로판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는 현실 로맨스와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능력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능력을 인정받고 사랑 받는 모습을, 역하렘물은 이성을 소유하고 싶은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안상원 (2019)의 연구에 따르면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징 중 하나가 '여성욕망의 긍정'이라 말합니다. 등장인물의 성공, 투쟁, 모험, 사랑의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경험하는 것이라는거죠. 반면 서은영 (2019)의 연구에서는 로맨스 판타지에서 드러나는 서사가 가부장적 질서로부터의 도피와 탈출인지, 오히려 가부장적 질서를 전제로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로판에 내재된 소비자 욕망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이죠. 


저는 웹툰과 웹소설이 대중 드라마보다 보다 날 것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클리셰로 가득한 로판을 읽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때도 많지만 문득 나는 왜 로판을 읽고 있나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산업이 커지고 있는데에는 대중 드라마와 영화로 채워지지 않는 로판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기 때문 아닐까요?  :) (위잉) 



오늘 저희가 궁금했던 건요,

(위잉) 왜 여성인기순에 로판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일까요? 또한 로맨스 판타지에서 자주 보이는 클리셰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왜 그런 클리셰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요? 연령대 분포까지 보이면 흥미로울텐데 표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여성인기와 남성인기순이라서 아쉽습니다. 

(개굴) 웹툰, 웹소설 소비를 길티 플레져라고 표현한 글을 읽었었는데 저는 꽤 와닿았어요. 웹툰이나 웹소설은 소수의 취향은 존중하는 형태로 시장을 좁고 깊게 넓히는 파셜 매스(Partial Mass)를 노리는 전략이 잘 들어맞는 시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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