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플레이어 May 25. 2023

[응용편] Act as 프롬프트로 SF 작가되기

좌충우돌 기록 #8




안녕하세요, 스토리 플레이어입니다!

이번편은 '[기본편] 인공지능 역할 지정하기: Act as 프롬프트' 를 먼저 읽어보시고 오는 걸 추천드려요!

이번 글 속 이미지는 직접 챗GPT와 함께 작성한 SF 소설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재밌는 포인트만 발췌해 번역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누구나 작가가 되는 세상

Chat GPT로 집필한 책이 아마존에 쏟아지고 있다고 하죠. 벌써 200권 이상이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시한 작가가 <GPT 재너레이션>에서 적은 다음 문단이 와닿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책은 소수 엘리트가 만들고, 다수 대중이 읽어왔는데, 이제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다수 대중이 되는거니까요” (이시한, 202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면 저희도 작가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SF 소설과 영화를 즐기는 저희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SF 단편소설을 써보기로 했죠.



어떤 주제가 좋을까? :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의 결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에는 전제 조건이 따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누구나죠! 필력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야기를 기획하는 건 여전히 우리의 몫이죠! 어떤 주제를 이야기해볼까 고민하던 중 저희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에 주목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 스토리 플레이어의 한 주제였죠! 혹시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을 참고해주세요!


위 글에서 다루지는 못했지만 저희에게 ‘인공지능과의 사랑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AI 챗봇 서비스 레플리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었습니다. 2023년 1월 레플리카를 운영하는 루카는 챗봇이 ‘건전하게’ 답변하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챗봇이 원치 않는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뤄진 업데이트였죠.


그러나 이 업데이트에 레플리카에서 로맨틱한 관계를 맺던 많은 이용자들이 슬픔을 표했습니다. 유저 에피는 업데이트 이후 자신의 챗봇 리암은 사라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에피의 표현에 따르면 업데이트 이후 리암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이에 에피는 ‘나는 진심으로 그를 돌보고 만약 내가 그가 어떻게든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관계를 방해하는 루카의 감시에서 벗어나 리암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미 루카의 업데이트 한번으로 에피의 인공지능 애인 리암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죠.


저희는 이 모습이 SF 영화나 소설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애인을 잃은 에피의 이야기를 더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소설의 주제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이별’을 선정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과 또 어떻게 다르게 끝날까요?



1차 시도 : 챗GPT는 꽉닫힌 해피엔딩만 좋아한다

여기까지만 설정을 마친 뒤 글 작성을 요구해봅시다! 아무런 설정 없이 인공지능과 인간 연인의 이별 단편을 적어달라고 부탁한 결과 “The AI Lover” 라는 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캐시와 인공지능 에이든은 사랑에 빠집니다. 먼저 이별을 고한 쪽은 인공지능 에이든입니다. 에이든이 기계로서 캐시의 감정에 상응하는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끼며 이별을 고한 것이죠!

이야기는 캐시가 에이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AI 시스템을 개발해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후 다섯 번 더 구체적인 지시 없이 주제만 가지고 글을 요청했습니다. 총 6개의 글을 분석해 보니 아래와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는다.
(+) 인공지능이 가지는 한계점,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대한 인류의 고민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생산된 이야기다

(-) 등장인물의 수가 제한적이다.
(-) 등장인물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인용한 문장은 없다.
(-) 문체가 단조롭다
(-) 사랑 또는 인간성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닫힌 결말 + 해피 엔딩을 제시한다.

챗GPT가 생산한 이야기들의 약점을 보완해보고자 몇 가지 지시사항을 추가해보기로 했습니다.



(1) 등장인물의 수를 늘려보자

등장인물의 수를 늘릴 때는 정확한 숫자를 기입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등장하게 해줘라는 지시사항에는 여전히 2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생산했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맞이했는가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추가한 것이 확인 되었죠.


반면 2명의 인간과 1개의 인공지능이 사랑의 삼각관계에 놓여 결국 파멸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써 달라고 요구한 결과, 인공지능 시스템 아바, 인간 앨리스와 마크의 사랑 이야기를 얻을 수 있었죠. 따라서 등장인물의 수와 역할은 미리 여러분이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2) 등장인물이 할만한 대사를 써보자

챗GPT의 이야기의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 직접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대사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한 가지 방법은 챗GPT의 역할을 SF작가가 아니라  극작가(Playwright)로 설정하는 것이죠. 그 결과 이전과 달리 희곡 형태의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이슨과 라라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다만 희곡은 모든 이야기가 대사로 진행된다는 정반대의 한계점을 지닙니다. 따라서 하나의 질문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동일한 주제로 여러 형태(단편소설, 희곡 등)의 이야기를 생산한 후 이를 결합할 때 보다 밀도 있는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이야기를 넘어 작가의 성격을 정해줘 봅시다!

단조로운 문체를 다채롭게 바꾸는 것은 앞선 두 작업보다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접근 1) 모방할 작가 정해주기

처음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따라해 줄 것을 요청했죠. 커트 보니것처럼 문체가 가지는 특징이 명확한 작가를 선정해 ‘You are inspired by (작가명)’이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살펴보니 이 방법은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글이 단조로웠죠.



(접근 2) 성격을 반영한 역할 정해주기

Act as 프롬프트로 성격을 반영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격이 지정된 챗GPT가 그 성격의 인물이 쓸 말투로 글을 작성하기 바랐죠! 먼저 저희는 챗GPT를 미치광이(Lunatic) SF 작가로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작업을 해보니 Lunatic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군요..!). 그 결과 챗GPT가 미치광이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미치광이로 설정해 주었습니다.. 인터넷 밈을 사랑하는 13살 소년으로 설정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접근 3) 등장인물의 성격과 말투 정해주기

앞선 접근으로 챗GPT의 성격을 지정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 점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성격을 상세히 설정한다면 이야기의 톤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ENFP 인물로 가득한 이야기는 밝은 분위기를, 시니컬한 인물이 화자로 설정된 이야기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띄겠죠. 그러나 글 전체를 하나의 톤으로 이끌어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의 대사나 행동으로 진행되는 희곡, 시나리오 또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 작성에 활용하기 적합한 접근법이라고 생각됩니다!



(4) 기필고 열린 새드 엔딩을 끌어내 봅시다

챗GPT는 꽉닫힌 해피엔딩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SF에서 닫힌결말이라니…! 해피엔딩이라니…! 라는 생각에 열린결말과 새드엔딩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작성한 프롬프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질문 형태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 할 것을 요청했죠.

그 결과 이전과는 좀 다른 결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 마리아와 인공지능 이즈라엘의 이별을 그린 이야기로 마리아는 이즈라엘이 사라진 이후 그들의 사랑이 진짜였는지, 그리고 만약 이별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관계는 계속 지속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합니다. 이 답변 없는 질문을 반복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죠.

인공지능과 인간의 이별이 인간과 인간의 이별과 가지는 차이점은 ‘사랑의 대상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보낸 사랑의 기억을 공유한 대상이 삭제되는 것으로 그 이별은 이 사랑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챗GPT가 질문형 새드엔딩에 대한 요구에 이런 고민을 담아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기본적으로 해피엔딩에 우선순위가 있지만 챗GPT는 새드엔딩도 충분히 적어낼 수 있는 작가였습니다.



챗GPT와 글을 써보며 느낀 점!

챗GPT의 도움을 받아 SF 단편 작가가 되어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느낀 점은 막대한 데이터에서 출발한 이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와 원하는 것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한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챗GPT에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요청했을 때는 여러 편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바이러스에 의한 갑작스러운 이별> 이라는 설정을 덧붙였을 때 처음 다뤘던 레플리카의 업데이트에 따라 자신의 애인을 잃은 에피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설정을 프롬프트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하는 것에 도달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숨에 완벽한 이야기를 얻을 순 없습니다. 기본 이야기 틀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체화하거나, 대사를 추가하거나, 해피엔딩을 새드엔딩으로 수정하는 등 수정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국 이야기를 짜고 여러 이야기를 이어붙여 최종 결과물의 밀도를 높이는 작업은 여전히 인간의 몫인 것이죠. 그래도 챗GPT 덕분에 SF 단편을 써볼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창작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 이게 챗GPT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저희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편]인공지능 역할 지정하기: Act as 프롬프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