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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필 Oct 16. 2024

외모를 가꾸는 당신이 놓치고 있는 것

사람도 유리와 같다는 걸

코타키나발루 여행 중이었다.

날이 더워 시원한 간식거리를 찾다가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가 대표 메뉴 두 개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코코넛 매장답게, 가게 안은 온통 코코넛 천지였다.

카운터 뒤편에 있는 투명한 유리가 손님용 테이블과 카운터를 구분해 주었다.

유리 안쪽에는 5층짜리 전시대가 있었고, 코코넛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한가해진 틈을 타 직원 한 명이 유리를 닦기 시작했다.

카운터 바깥으로 보이는 유리만 닦는다. 열심히 꼼꼼히도 닦더라.

그런데 여전히 더러웠다.

문제는 유리 안쪽, 코코넛 전시대가 놓인 곳은 닦지 않아서다.

아무래도 코코넛들이 촘촘이 있어 닦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유리는 한쪽면만 닦는다고 깨끗해지지 않는다.

바깥과 안쪽, 두 면이 모두 깨끗해야 진짜 투명하고 빛나는 유리가 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외면이 빛나도, 내면이 더럽고 얼룩졌다면

그 안으로 투영된 빛은 금세 바래버린다.

진정으로 빛나는 사람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도 가꿀 줄 아는 사람이다. 

내면이 맑고 깨끗하면 그 사람은 양쪽 모두가 투명한 유리처럼

어디서 보더라도 밝은 빛을 발할 수 있다.


직원은 끝내 코코넛이 놓인 안쪽 유리는 닦지 않았다.

결국 아무리 겉을 닦아도 속이 탁하면 세상이 그걸 알아챈다는 걸,

그 유리는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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