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예 12년’을 감상하다 만난 이 음악은 처연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내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건 자유민이었던 노섭이 다른 노예들과 섞여 노동요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 태양이 뜨겁다.
하얗게 익어 가던 목화 밭 위에서 노예 하나가 죽었다.
날이 저물어서야 노예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착취의 상징인 저택이 푸른 나무들 사이로 가려지면 나이가 많은 노예의 선창으로 추모가 시작된다.
이 장면은 매우 강렬하고도 애절한데 뛰어난 음악이 프레임을 둘러 싸면서 감동이 최고조로 향한다.
노섭은 처음엔 함께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자유민이었던 자신이 처음부터 노예였던 이들과 같은 처지라는 사실을 받아 들이기 어려웠으리라.
그러다 죽은 노예에게서 자신을 보고는 억압된 고통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섭의 노래를 뒤로 하고 그와 노예들의 눈 앞에 커다란 나무 뒤로 지는 석양이 보인다.
아! 이 장면 하나로 수많은 감정을 읽은 것만 같다.
서정적이라는 표현은 이것을 위한 표현이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Roll, jordan, Roll'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흑인영가에 속하며 여러 가지의 가사와 곡이 존재한다고 한다.
본래, 18세기에 찬송가 작곡가이자 목사인 영국인 목사가 지었다는데 흑인 특유의 리듬감과 찬송이 결합하여 특유의 흑인영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동요와 종교의 만남이 억압과 착취의 역사 속에서 분화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이 노래를 바로 검색하여 감상하기 시작했다.
찾아 보니, 이 노래는 존 레전드가 부른 앨범이 유명한데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음색에 착 달라 붙는다.
블루스의 대가가 만졌으니 더 할 말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앨범은 바로, 골든 게이트 콰르텟의 것이다.
Golden Gate Quartet, 1964 아마도, 그룹명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골든 게이트 해협에서 따온 것 같다.
내 생각이니 정확하진 않다.
이 분들은 록의 제왕인 앨비스 프레슬리가 광팬이었다고 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도 있었다고 한다.
음악 장르는 피스크 주벌리 콰르텟에 속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네 명이 모여 신나게 복음 찬송하는 노래’다.
일반적으로 주벌리 장르는 리드미컬하고 당김음이 자주 쓰이는데 그래서 춤 추기 좋다고 생각한다.
주로, 현재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여 다가올 희망찬 내일을 노래하는데 그래서 참 좋다.
Roll, Jordan, Roll의 가사를 보아도 탈출을 꿈꾸는 노예의 희망이 묻어 나온다.
'요단강아 흘러라 흘러. 요단강이 흐르는 해에 내 영혼은 천국에 오르리라.오, 주여!'
물론, 죽어서야 탈출할 수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애이불비라고, 아픔을 승화하는 모양새가 참 마음이 슬프다.
오늘도 짜증나는 일을 덜어버리기 위하여 이 앨범을 반복 재생하였다.
사무실만 아니었으면 박수까지 쳤을지 모른다.
사실, 엘리베이터 안에선 춤도 췄어.
참, 이 노래를 틀어 놓고 하면 재미난 게임이 있다.
폴아웃 시리즈가 제격인데 폴아웃3와 뉴 베가스를 플레이할 때 항상 재생 목록에 있었다.
왠지 아포칼립스와 잘 어울리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