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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ul 26. 2024

Piano Man

Billy Joel

어둑하게 저녁이 내려앉은자리에 밤이 찾아온다.

하나 둘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면 주말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미소가 환히 보인다.

그리고 작은 네온사인 간판이 기지개를 켜고 영업을 시작한다.

반지하 가게에 단골손님들이 들어서고 피아노 연주가는 손가락을 풀고 있다.

땡.

누군가의 건배로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피아노 맨이 연주를 시작한다.


어떤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특별한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감상을 넘어 새로운 감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바로, 이 곡이 그렇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은 토요일 밤의 취기와 함께 멋들어진 재즈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곡의 피아노 반주는 매우 훌륭하다.

자연스럽게 허밍을 하게 만드는 곡조가 슬프지만 당당하게 가슴을 쾅쾅 치댄다.

인생이란 멀리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비로소 이해될 듯한 환상적인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피아노 맨을 듣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쏟아진다.


바닥에 쫘악 뿌려진 감정을 밟고 춤을 추면 어떨까.

별거 아닌 가사에 왜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그래, 이 곡이 명곡이라서 그렇다.

다른 이유를 댈 필요가 없다.

심지어 빌리 조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전적인 곡이어서 진정성도 느껴진다.


내가 처음 이 노래를 어디에서 들었더라.

그건 모르겠지만 자주 들었던 곳은 기억난다.

학교 근처에 나헤라는 바가 있었다.

혜화동의 술집 중에선 그곳이 가장 좋았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나의 신청곡을 틀어주었으니까.

그곳에서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

블랙 러시안과 허니 브레드를 주문하고선 빌리 조엘과 토요일 밤을 상상하였다.

그때 듣던 하모니카 반주가 술탄 듯 달달했다.

그래서 무조건 앨범 버전으로 들어야 한다고 직원이 당부하기도 했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지나가 버린 시간에 관한 감정이 뒤섞여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거였구나.

나도 이젠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다.

어떤 노래를 들으며 내 마음이 동요하는 것은 그 노래와 함께 젖어간 세월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엘피 판을 뒤적거리러 나가 봐야겠다.

거기에서 피아노 맨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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