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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Oct 19. 2023

부상, 정말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정말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부상 말이다.

억울하기도 하다.

'다짐충'으로 살아오다가 이번에는 '정말' 다짐에만 그치지 않고, 제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그리고 정말 좀 제대로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쯤이다.

컨디션이 좋았다. 새벽수영도 다시 시작하고, 뭔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충만해 있었다.

점심시간 회사 헬스장에서 간단한 웨이트를 했다.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가벼운 무게로 랫풀다운, 체스트프레스, 숄더프레스를 하고 하체를 강화하겠다며 레그 익스텐션을 했다.

이때 뭔가 뻐근한 느낌은 있었지만, 근육이 생기는 거라고 자위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트레드밀 위로 올라갔다.

트레드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평소에는 뛰어도 땀이 잘 안 나는데, 웨이트를 하고 나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더라), 6km를 달렸다.

샤워를 하기 위해 무릎 보호대(십자인대 수술 후 운동할 때 반드시 착용한다)를 벗는 과정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릎이 아픈 것이다.


무서운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왼쪽 무릎 안쪽이었는데, '전과'가 있는 부위였다.

10년 전 축구를 하다가 왼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고, 반월상연골도 찢어져 수술을 했던 것이다.

바로 병원을 갔으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지 모른다.

'전과범'으로서 정형외과를 가는 게 두려웠다. 혹시나 수술을 요하는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이고, 통증이 가시지 않아 다음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약국에 가서 종류별로 소염진통제로 사 먹었다.

'운동으로 쌓인 피로, 운동으로 풀어야지'라는 근거도 없는 생각에 와이프와 저녁에 걷는 속도에 가깝게 5km를 뛰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라는 생각이 컸다. 이러다 말겠지, 며칠 뻐근하다가 돌아오겠지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졌다. 유튜브,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똑같은 증상을 호소한 이들이 이걸 '거위발건염'이라고 했다.

결국 통증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회사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다.

최악의 상황(혹시나 수술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은 다행히 아니었다.

예상했던대로 거위발건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왼발 수술로 무릎이 오른발보다 약하다. 달리기를 계속하면 또 재발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과 함께, 회당 9만원짜리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당히 의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무릎이 너무 아파 카드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빨리 낫게 해주세요

이까짓 달리기 뭐 안하면 그만이지.

이전 같으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짐충이었던 내게도 이번은 확실히 달랐던 모양이다. 제대로 해보겠다는데 우째 이런 일이 생겼을까란 억울함과 함께 빨리 회복해서 뛰고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물리적인 고통과 경제적인 고통을 감수하고 이틀 연속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청개구리같은 평소의 면모와 달리 의사의 말대로 샤워할 때만 빼고 무릎에 보호대를 찼다. 새벽수영도 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도 계속해서 무릎을 쭉 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제발 차도가 있길, 다음주에는 뛸 수 있길...

평소 비보험 치료를 권하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 병원은 제발 효과가 있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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