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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석 경영지도사 Dec 12. 2021

퇴근하는 길목에 서서

퇴근의 신호등인 밤하늘 보름달이 켜졌다. 거리는 음산하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보이는 가로등 불빛은 왠지 낯설기만 하다. 성탄절이 다가온 듯 화려한 LED 불빛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형형색색의 거대 성탄트리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로 건너편 허름한 패널로 지어진 일층 공장의 창문 불빛이 하나 둘 꺼져 가고, 하루 종일 검은 연기를 내뿜었던 공장 굴뚝이 욕망을 멈출 때, 도시는 반짝이는 빛으로 된 새 옷을 입는다. 공단과 불과 몇 킬로 떨어진 8차선 도로를, 마치 임진강을 건너듯 힘겹게 건너왔다. 도로는 시커먼 유리 선팅으로 창백한 얼굴을 가린 사람들로 넘쳐난다. 머나먼 시베리아 벌판에서부터 날아온 인정 없는 추위로 무장된 자동차 금속들은 인문학이 만든 정해진 신호에 따라 아무런 교감 없는 조화를 이루며 그렇게 8차선 도로를 빠져나갔다.


속박과 자유가 함께 숨 쉬는 곳, 물질과 철학이 존재하는 곳. 문명이 꿈틀 대는 곳, 취업과 실업이 반복되는 곳,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어울려 사는 곳,  미움과 사랑이 엉켜있는 곳, 이곳은 도시이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밤하늘 시리우스의 방에도 불이 켜졌다. 밤은 쉬어감을 의미한다.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이미 죽었다. 마치 영원할 것 만 같았던 시간은 결론적으로 유한하다.  밤은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점점 멀어진다.


도시는 매슬로우(Abraham Maslow)가 말한 욕구들로 가득 차 있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입을 옷을 둘 수 있는 집들이 마치 콜로세움이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게 들어서 있다. 그리고 질병이든, 강도들의 물리적인 폭력이든, 자본가들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억압이든 나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안전을 갈구한다. 직업을 얻고 어딘가에 소속되며, 남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진정 내가 원하는 소망을 이루는 것도 꿈꾼다. 하지만 현실 속 나의 이타심은 이미 바닥을 찍었고, 좋은 사람들과 연대도 이미 끊어졌다. 기댈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하늘을 보고 웃음 지을 여유도 없다.


밤이 깊어지면 스산했던 도시도 숨을 죽인다. 일출이 올 때까지 수면을 취한다. 내가 앓던 마음의 병도 유야무야 늘 그렇게 지나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오늘을 맞이한다. 




퇴근길에서 잠시나마 마주한 도시의 모습은 나를 상념의 바다로 빠뜨렸습니다. 인간관계, 돈, 고민, 생존, 사랑, 우정 모든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상념들을 통해 과거의 나를 찾고 일그러진 하루를 치유합니다. 그 시간은 진정으로 나를 위로하기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미래의 멋진 삶을 그리며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당당히 집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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