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선언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기획'을 계속하다 보면 "쟤는 원래 저래"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기획자가 단순히 직업이나 직함만으로 묘사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획이란 삶에 대한 애티튜드입니다.
저는 이 애티튜드를 '하와이즘'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Why), 그 의도를 현실에 구현할 방법을 찾는(How) 사상(-ism)이라 생각했거든요.
How Why ism인 거죠.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오늘 입을 옷을 고르는 데에도 '하와이즘'이 필요합니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퇴근 후 약속을 잡을 때도, 누군가의 선물을 살 때도, 쉬는 날 침대에 누워 오늘 뭐 할지 고민할 때도, 하다못해 SNS에 찍은 사진을 하나 올릴 때도 우리는 어떤 의도를 갖고 그것을 구현하고 있거든요.
물론 기획자를 업으로서 접근한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야겠죠. 사람들이 여러분의 기획에 기꺼이 돈을 낼 의향이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돈을 내던, 내지 않던 여러분이 기획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왜요? 기득권이니까요!
솔직히 사람들이 보통 '기획자'라고 부르는 직종에 함부로 입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일단 어려워 보이니까요. 책상에 폼 잡고 앉아 어려운 용어에 현란한 도표를 섞어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저처럼 생뚱맞은 환경공학과 전공, 학점 3점대 무스펙 지원자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물론 브랜딩이든, 사업계획서 작성이든, 스타트업 컨설팅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누가 실력으로 붙어보자 해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장에 입장가능한 스펙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셨던 그분들의 스펙도 자산인 걸요. 인정합니다. 그리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저에게 만약 모든 조건을 다시 리셋하고 기획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저는 지금이 좋다고 답변하고 싶습니다.
나름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 양껏 할 수 있었고, 적당한 수입을 벌면서 재미있는 다른 것들에도 기웃거려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와 같은 기획자 포지셔닝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스펙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나는 기획자다!'하고 주변 사람들을 세뇌시켜 보시는 걸 권합니다.
물론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한 것처럼 꾸미라는 말은 아닙니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나 본인을 추앙하는 미지의 클라이언트들을 들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혼자 조용히 나는 '어떤 타입의 기획자'인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시작해 보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정의하며,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해서요. 그리고 그 답이 가능해진다면 담백하게 주장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런' 기획자입니다." 하고요.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 열등감을 자존감으로 포장한 사람인지는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얼추 눈에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