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모운 Jan 12. 2023

2022

지난해를 정리할 글도 아직 마치지 못했고, 작년 하반기를 올인한 일로 가정을 보살피려 했으나 지출만 생기고 잔고는 줄어들어 결국 다른 일을 계속 알아보는 내 팔자가 개탄스러운 연초다.


새해 첫 부탁으로 아내에게 홀로 영화관에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재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으니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가지 못하고, 혼자 가서 보자니 집에서 육아만 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해 결국 집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영화를 관람하니 슬프다. 


다행히 카페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최근 오전 출근 대신 가족과 함께 아침을 보내고 있다. 이제 곧 떨어질 발등의 불씨를 끄기 위해 다음 주부터는 다시 부지런히 일을 해야겠지만. 


오후 출근으로 저녁에 있는 지인들의 시사회, 공연, 행사들을 하나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쉬는 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니 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루빨리 여유가 생겨 그간 고마운 방문과 응원을 해준 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연기를 잘하자는 마음으로 복귀한다. 아직 다른 일에 서툰 나에겐 연기만이 가장 확신을 갖고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일이다. 도움을 받는 것에 쑥스러워하지 않고 꾸지람을 듣는 것에 마땅히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일.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도 마땅히 해야만 하고 해낼 수 있는 일. 수백 번 탈락해도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일.


배우를 하는 이들에게 새해 목표가 무엇이냐 물으니 하나같이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한다. 다른 목표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을 만큼 배우로서의 삶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들의 절실함이 나에게도 연결된다. 


그럼에도 나는 시작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작품이 없을 때를 기회라 생각하고 부단히 다른 업종에서 노를 젓는다. 배우로서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해서 다른 부분의 삶을 불행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다짐한다. 


새해엔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아이는 걸음마를 시작했고 필요한 것들은 더 많아진다. 받지만 말고 열심히 갚아 나가는 해가 되자고 각오한다. 나만의 개성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그 길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조금 더 열심히,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조금은 색다르게. 그리고 여전히 꾸준히. 

작가의 이전글 리커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