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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잇는홍경 Jul 21. 2023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교육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에게 수업 중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열에 일곱은 자신이 지각하는 자기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나머지는 갑자기 '멍~'해지는 경험을 한다. 내가 누구인지 정의 내리지 못하는 거다.


나를 정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고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걸까?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실현하려는 사람인지를 말하는 걸까?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표현해야 할까?


모두 맞다.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나를 정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자신을 기능하는 자아, 외적인 자아, 사회적인 자아로 정의 내리고 있는지 나란 사람의 기초적인 특징들과 내면의 깊은 신념과 가치들까지도 통합하여 나를 정의하는지는 다를 수 있겠다.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던 학생은 그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스스로를 정의 내리지 못한 순간, 슬퍼졌다고 한다.

내가 나에게 의문을 갖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순간.

나는 이 지점이 바로 시작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땠던가?


미술치료 석사 1학차를 마치고 주임교수님 개인조교가 되어 일을 하던 때에 교수님께서 "전선생은 장점이 뭔가요?"라고 물으셨는데 말문이 막혔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잘하는 것을 말하면 되는 건지, 내가 잘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고. 갓 삼성을 퇴사했던 내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당시에 말을 하던 나도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


"컴퓨터와 각종 오피스(문서프로그램들)를 잘 다룹니다"


그렇게 나는 '컴퓨터와 각종 문서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었고 그 뒤로 학과 내 모든 전자기기 오류들과 구입, 수리, 유지 보수는 다 내 몫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예술로 마음과 마음을 잇는 16년 차 미술치료사'이고, '사람과 나눔,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자기만의 고유성을 발견하여 삶을 풍요롭기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일상 안녕을 돕기 위해 예방 차원의 심리치료를 하는 치료사'이기도 하다.


사회적 페르소나로 가득 찬 이 정의들은 내가 치료사라는 정체성을 늘 가지고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가면을 벗고 좀 더 나를 정의하자면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지만 한 명 한 명 깊은 정서적 관계를 맺으며 풍부함 감성을 나누며 돌보는 것은 약간 버거워하는 인간'이다.


'혼자 있을 때 조금 더 행복하고, 혼자가 되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나에 대한 탐색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끝없이 나를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의 나는 나를 이렇게 정의하지 못했고 내가 나를 표현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남들이 나에 대해 내리는 정의를 정답인 양 받아들였고, 그것이 진짜 나인줄로만 알았다. 여전히 나에 대한 정답은 모르겠으나 이전보다는 나를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나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지 못하면 뭐 어떤가?

'한마디'로는 이토록 다채로운 나를 다 담아내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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