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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May 27. 2024

남은 와인 활용 꿀팁

와인취향

기세 좋게 와인 한두 병 열어 혼자 홀짝홀짝 또는 여럿이 도란도란 마시다 보면 와인이 남기도 하더라. 본인 취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와인이 있거나 오늘따라 더 취하는 느낌이거나 아니면 밀린 수다를 떠느라고 와인이 뒷전이면 그럴 수 있지. (와인 남긴 적 없으면 패스!) 그럴 때 남은 와인 버리긴 아깝고 나중에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 두자니 자리만 차지할 것 같다면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난이도별 활용법]

1단계  ★☆☆


내일 마셔야 더 맛있을 것 같은, 다시 말해 아직 덜 열려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와인이 한 잔 정도 남은 상황이라면 병 입구를 스토퍼로 잘 막아 보관해 두고 다음 날 마시면 전날 마신 와인과는 다른 매력에 빠져볼 수 있다. 와인 좀 마셔본 사람들이나 나중에 마셔야 좋은 줄 알고 그렇게 하겠지만. 내가 제일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남은 스파클링 와인에 오렌지 주스를 넣어 미모사(Mimosa) 칵테일로 마시는 것이다. 맛없는 혹은 맛없어진 와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컨디션에 따라 오렌지 주스 양을 조절해 마시면 이게 꿀맛이다.



(왼쪽) 내가 제일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남은 스파클링 와인에 오렌지 주스를 넣어 미모사(Mimosa) 칵테일로 마시는 것이다. (출처: wanderlustandwellness) 

(오른쪽) 반신욕을 즐겨한다면 남은 와인을 입욕제 대신 사용해도 좋다. (출처: Getty Images)


반신욕을 즐겨한다면 남은 와인을 입욕제 대신 사용해도 좋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적당히 채우고 입욕제 대신 와인을 부어주면 준비 완료. 비노테라피(vinotherapy)라고도 불리는데 클레오파트라도 즐겨 했다고 전해지는 와인 목욕을 나도 여러 번 해봤다. 욕실에 퍼지는 향도 좋고 반신욕이 주는 릴렉싱 효과에 포도 껍질에 있는 폴리페놀, 특히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피부를 좋게 해준다고 생각하니 와인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탈탈 털어 넣었다. 레드 와인이라 욕조가 착색되면 어쩌나 했는데 희석해 사용하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지만 혹시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반신욕 후 욕조에 남은 붉은 물기는 꼭 없애는 게 좋겠다.


남은 와인을 얼음 틀에 얼려 두었다가 요리할 때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필요한 만큼 틀에서 빼 사용하면 되니 편하기도 하고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플러스.


2단계 ★★☆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와인 비니거(vinegar, 식초) 사 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 만드는 방법은 다양한데 가장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초모(mother of vinegar, 자연발효 식초에서 얻을 수 있는 미생물 결정체)가 있다면 더 빨리 식초를 만들 수 있지만 없어도 만들 수 있다. 소독한 유리병을 준비한다. 물과 와인 비율을 1:2로 해서 병에 넣어주는데 가득 채우지 않고 반쯤 공간을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산미가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을 사용했는데 와인에 따라 결과물도 다를 듯하다. 여하튼 면포로 병 입구를 덮어 따뜻한 곳에 일주일 정도 둔다. 산소가 잘 통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다음에는 병뚜껑을 닫고 서늘한 곳에 한두 달 내버려둔다. 잊고 지내다가 보면 침전물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는데 침전물을 걸러 입구가 좁은 병에 옮겨 담아 사용하면 된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결과물이 꽤 좋았다. 샐러드에 뿌리면 그냥 맛있어지는 매직!


(왼쪽)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와인 비니거(vinegar, 식초) 사 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 (출처: liquor.com) 

(오른쪽) 남은 와인에 과일과 설탕을 넣어 차갑게 먹는 상그리아(Sangria). (출처: yummymummykitchen)


남은 와인에 과일과 설탕을 넣어 차갑게 먹는 상그리아(Sangria)나 과일과 와인을 끓여서 만드는 뱅쇼(Vin chaud)도 가능하다. 상그리아를 만들 때는 과일을 얇게 잘라서 단면이 많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고 껍질째 들어가는 오렌지나 레몬은 표면을 깨끗하게 씻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와인을 활용한 상그리아가 과일과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더라! 설탕으로 당도를 조절하고 차갑게 해서 마시면 색다른 와인 칵테일 완성. 뱅쇼는 겨울에 마시면 최고인데 (식혀서 차갑게 마셔도 괜찮다!) 끓이면서 알코올이 어느 정도 날아가 알코올이 낮은 음료가 된다. 계피와 레시피에 따라 여러 가지 향신료와 과일이 들어가는데 새콤달콤한 맛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3단계 ★★★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레드 와인을 피부와 연관 짓기도 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활성 산소를 억제해 피부 속 콜라겐과 탄성 섬유 생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유사한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와 타닌(tannin)까지 들어 있다니 레드 와인을 피부에 양보하세요! 다만,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게 은근히 까다로울 수 있다. (나처럼) 예민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섣불리 따라 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피부 컨디션을 잘 알아야 할 것이고 화장품에 들어갈 나머지 재료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출처: Getty Images/Angelika Gretskaia)



레드 와인에 흑설탕과 꿀을 조금 넣으면 천연 각질 제거제를 만들 수 있다. 팔꿈치, 발, 무릎 등 거칠어진 부분에 사용하면 각질 제거가 되면서 부드러워진다. 보습 효과는 덤! 레드 와인을 화장 솜에 적셔 모공이나 트러블이 난 곳에 올려 두면 염증 억제 효과가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호호바 오일, 로즈힙 오일 등 피부 유형에 맞는 오일을 섞어서 세럼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누구나 빛나고 탄력 넘치는 피부를 원하지만 과유불급. 처음 사용할 때는 내 피부에 맞는지 시험해 보고 적당한 선에서 사용하자. (이게 어려운 거지, 그래서 고급 단계!) 



*<플롯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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