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괜찮아!

by 윤숨

제2부 2장: 실수해도 괜찮아, 괜찮아!

- 영어 자신감의 뿌리, '심리적 안전감' 만들기

들어가며: "엄마, 나 또 틀렸어요?"

"엄마, 'rabbit'이 뭐예요?"

일곱 살 지우가 영어 그림책을 보며 물었습니다. 엄마는 기쁜 마음에 대답했죠.

"토끼야. Ra-bbit. 따라 해봐."

"라... 빗?"

"아니야, 래-빗. 'ㅐ' 소리야. 다시 해봐."

"레빗?"

엄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습니다.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다시 말했죠.

"아니, 래-빗. 잘 들어봐. 래-빗."

지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래빗."

"그래, 이제 됐네. 근데 왜 이렇게 쉬운 걸 못 따라 하니?"

그 순간, 지우는 영어책을 살짝 밀어냈습니다. 아까까지 반짝이던 눈빛이 사라지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죠.

"엄마, 나 영어 못해..."

많은 엄마들이 이런 순간을 경험합니다.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거나 조급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그로 인해 아이가 풀이 죽거나 영어 말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죠.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영어로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 저 역시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시다면, 먼저 실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꿔야 합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입니다!

왜 우리 아이들은 실수를 그토록 두려워할까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걸음마를 배울 때를 생각해보세요. 수백 번 넘어지고, 수천 번 비틀거려도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죠. 그때는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실수를 '나쁜 것',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할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환경들:

"왜 이것도 못하니?" (능력에 대한 의심)

"○○는 벌써 다 외웠대" (끊임없는 비교)

"100점 맞아야 선물 줄게" (결과만 중시하는 평가)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실수에 대한 처벌)


하지만 여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실수는 뇌가 가장 활발하게 학습하는 순간입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실수를 할 때 뇌는 "어? 뭔가 예상과 다르네?"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신경 연결이 만들어지고 학습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오류 기반 학습(Error-based Learning)'이라고 부르죠.

제가 야구 코치로 일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선수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자 좌절하며 말했습니다. "코치님, 저는 재능이 없나 봐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실수를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야. 실수하지 않는 선수는 성장하지 않는 선수지."

그 후 저는 그 선수의 실수 하나하나를 '성장 포인트'로 바꿔주었습니다. "오, 이번엔 새로운 방식으로 실수했네? 발전하고 있구나!" 결과는? 그 선수는 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I goed to school'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go의 과거형은 -ed를 붙이면 되는구나'라는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고 적용해본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진짜 학습입니다!


영어 자신감의 비밀 창고, '심리적 안전감'이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조금 어려운 용어처럼 들리시나요? 하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개념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아이가 이렇게 느끼는 환경입니다:

"내가 틀려도 괜찮아"

"실수해도 혼나지 않아"

"모른다고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아"

"내 속도대로 해도 돼"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있어"


이것을 제는 '마음의 안전벨트'라고 부릅니다.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면 안심이 되죠?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마음에 안전벨트가 있으면, 실수를 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도전하고,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죠.

심리적 안전감이 있을 때 vs 없을 때

민서(6세)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때]

영어 시간만 되면 "화장실 가고 싶어요"

질문받으면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기

"I don't know"만 반복

영어책을 보면 "어려워, 못해"


민서 엄마는 답답했습니다. "왜 우리 아이만 영어를 거부할까?"

하지만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민서가 영어학원에서 "너는 왜 이렇게 발음이 이상하니?"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민서에게 영어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시간'이었던 거죠.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준 후]

민서 엄마는 집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영어 시간은 틀려도 괜찮은 시간"

"엄마도 틀릴 거야. 같이 틀리자!"

"웃으면서 배우는 게 최고"


3개월 후, 민서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엄마, 나 영어로 노래 불러줄게!"

틀려도 "앗, 틀렸다! 다시 해볼게" 하며 웃기

스스로 영어책을 가져와 "이거 읽어주세요"

"나도 영어 잘할 수 있어!"


무엇이 민서를 바꾼 걸까요? 영어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 아닙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안전감이 민서의 마음을 열어준 것입니다.


솔루션 1: "괜찮아, 다시 해보자!" - 실수를 대하는 마법의 말

아이가 영어 실수를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반응들:

"아니, 그것도 모르니?" (능력 의심)

"몇 번을 가르쳐줬는데!" (짜증)

"○○는 벌써 다 아는데..." (비교)

"(한숨) "언제 영어 잘하려나..." (실망)

"다시! 제대로 해!" (다그침)


이런 반응은 아이의 마음에 '실수 = 나쁜 것'이라는 공식을 새겨넣습니다.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

【마법의 문장들 모음】

도전을 격려할 때:

"와, 그렇게 생각했구나! 정말 새로운 시도인데?"

"오! 거의 맞았어. 조금만 더 해보자!"

"네가 이렇게 용기 내서 말해줘서 엄마는 정말 기뻐!"


실수를 격려로 바꿀 때:

"괜찮아, 엄마도 그 단어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지금 정말 잘하고 있어!"

"틀려도 괜찮아. 그건 네가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멋진 증거야!"


과정을 칭찬할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어제보다 오늘 더 자신 있게 말하네? 대단해!"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말해본 게 정말 자랑스러워."


이 마법 같은 문장들을 아이의 연령이나 상황, 그리고 평소 부모님의 말투에 맞게 자연스럽게 활용해보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에 담긴 진심과 아이를 향한 따뜻한 믿음입니다. 어색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한마디 건네보세요. 그 한마디가 아이의 영어 자신감을 키우는 마법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준영이(8세) 엄마의 변화를 보세요:

[Before] 준영: "Mom, I eated lunch." 엄마: "아니야, 'ate'야. I ate lunch. 몇 번 말해야 알아?"

[After] 준영: "Mom, I eated lunch." 엄마: "오, 점심 먹었구나! 그런데 'eat'의 과거형은 특별해서 'ate'라고 해. 엄마도 처음엔 헷갈렸어. I ate lunch. 한번 해볼래?" 준영: "I ate lunch!" 엄마: "완벽해! 네가 과거형을 쓰려고 노력하는 게 정말 대단해!"

같은 실수, 다른 반응. 그리고 완전히 다른 결과.


솔루션 2: 우리 집을 '실수 환영 존(Zone)'으로!

이제 우리 집 전체를 '실수해도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볼까요?

1. 부모가 먼저 '실수 모델링' 하기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웁니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 엄마가 'Wednesday'를 'Wednessday'라고 썼네? 하하, s가 하나 더 들어갔구나. 괜찮아, 다시 쓰면 되지!"

"아빠가 'very'를 'berry'라고 발음했네? 과일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지. 다시 해볼게. Very good!"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아, 엄마 아빠도 틀리는구나. 틀려도 정말 괜찮구나'라고 느낍니다.

2. 실수를 '유머'로 승화시키기

여섯 살 하준이가 "I have two foots!"라고 말했습니다.

[부모의 반응] "푸하하! Two foots? 발이 음식(food)이 됐네? 그럼 우리 하준이는 발을 먹을 수 있겠다! 사실은 'two feet'라고 해. 근데 하준이가 규칙을 찾아서 's'를 붙인 거 정말 똑똑하다!"

이렇게 실수를 함께 웃으며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면, 아이는 실수가 두렵지 않게 됩니다.

3. '실수해도 괜찮아' 가족 문화 만들기

우리 가족 실수 항아리

온 가족이 그날의 재미있는 실수를 종이에 적어 항아리에 넣기

주말에 함께 꺼내 읽으며 웃고 격려하기

"이번 주 가장 용감한 실수상" 만들기


오늘의 영어 도전 시간

저녁 식사 시간, 각자 오늘 시도해본 영어 표현 나누기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도전 자체에 박수치기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영어 실수" 이야기하기


실수 개선 노트가 아닌 '성장 일기'

실수를 기록하되, "오늘 배운 것"으로 제목 바꾸기

실수 옆에 "다음엔 이렇게 해보기" 쓰기

매주 "이번 주 가장 많이 성장한 부분" 찾아 축하하기


솔루션 3: "나도 할 수 있어요!" - 자기 효능감 키우기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쉽게 말해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것을 저는 **'마음의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로켓이 하늘로 날아오르려면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죠? 아이의 영어 실력이 날아오르려면,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엔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엔진의 연료는 바로 '작은 성공 경험'입니다.


【아이의 영어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작은 성공 경험 디자인】

Step 1: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

"What's your name?" → "My name is ○○!"

성공! → "와, 영어로 완벽하게 대답했네!"


Step 2: 조금씩 도전 과제 높이기

"How old are you?" → "I am seven!"

"What color is this?" → "It's red!"

각 성공마다 구체적 칭찬: "네가 숫자를 영어로 말하다니!"


Step 3: 스스로 선택하게 하기

"오늘은 어떤 영어 노래 부를까?"

"이 중에 어떤 책 읽어볼래?"

선택권을 주면 주도성이 생깁니다


Step 4: 작은 발표 기회 만들기

가족 앞에서 영어 노래 한 소절 부르기

좋아하는 영어 단어 3개 소개하기

끝나면: "우리 ○○ 영어 발표 정말 멋졌어!"


Step 5: 성장 인정하기

"작년엔 'apple'만 알았는데, 이제는 문장으로 말하네?"

"한 달 전엔 영어책 보기 싫어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가져오네?"


일곱 살 서연이의 변화 과정:

[1주차] "A" 한 글자 쓰기 → "와, A를 정말 멋지게 썼네!" [2주차] "Apple" 쓰기 → "다섯 글자나 썼구나! 대단해!" [3주차] "I like apples" 쓰기 → "문장을 쓰다니! 정말 자랑스러워!" [4주차] "엄마, 나 영어 잘하죠?" → "그럼!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

작은 성공이 쌓이면, 큰 자신감이 됩니다.


마무리: "틀려도 괜찮아"라는 믿음이 만드는 기적

지금까지 우리는 실수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과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부모가 만들어주는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히 영어 학습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에게 평생 함께할 소중한 선물이 됩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긍정적 자아상

배움을 즐기는 평생 학습자의 태도


"마음이 먼저다"

이것이 제가 늘 강조하는 교육의 핵심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안전하고 편안할 때, 진짜 학습이 일어납니다.

물론, 아이가 영어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신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더 정확한 표현을 접할 기회를 점진적으로 제공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영어로 시도해볼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환경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틀려도 괜찮아"

이 간단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영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이가 영어로 무언가를 시도할 때, 결과가 어떻든 따뜻한 미소와 함께 말해주세요.

"시도해줘서 고마워. 틀려도 괜찮아. 우리 함께 배워가자."

그 순간, 아이의 마음속에 영어를 향한 작은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할 겁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얻은 아이가 어떻게 하면 영어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갖고 스스로 즐겁게 학습에 참여하게 되는지, 그 비밀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이를 믿어주는 엄마, 아이를 지켜주는 아빠. 그것이 최고의 영어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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