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이만 영어를 싫어할까요?

by 윤숨

제2부 1장: 왜 우리 아이만 영어를 싫어할까요?

- 아이의 거부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 읽기

들어가며: "우리 아이가 갑자기 영어를 싫어해요!"

"선생님,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작년까지만 해도 영어 동요 틀어주면 신나게 따라 부르고, 영어 그림책도 잘 봤거든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영어만 나오면 귀를 막고 도망가요. 어제는 영어학원 가기 싫다고 현관에서 30분이나 울었어요..."

다섯 살 민준이 엄마의 목소리에는 당황함과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이러다 영영 영어를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이런 고민,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어느 날 갑자기 영어책만 보면 "싫어!"를 외치며 던져버리는 아이. 영어 학원 가는 날이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 "영어는 너무 어려워"라며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아이.

많은 엄마들이 이런 순간 막막함을 느낍니다. 분명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아이는 왜 이렇게 거부할까요?

제1부에서 우리는 엄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불안과 조급함을 다스리는 '마음 근력'을 키우는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이제 그 단단해진 마음으로 우리 아이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시간입니다.

"싫어요!" 한마디에 담긴 천 가지 마음

아이가 "영어 싫어!"라고 외칠 때, 우리는 흔히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아, 우리 아이는 영어를 싫어하는구나'라고요.

하지만 잠깐, 정말 그럴까요?

아이의 "싫어!"는 단순히 영어가 싫다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런 마음의 신호일 수 있어요.

"엄마, 나 무서워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할까 봐 느끼는 불안

틀릴까 봐 걱정되는 마음


"엄마, 나 힘들어요."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는 답답함

계속되는 학습에 지친 피로감

놀고 싶은데 공부해야 하는 억울함


"엄마, 나를 봐주세요."

영어보다 엄마와 놀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지적받는 서운함

나만의 속도를 존중받고 싶은 욕구


"엄마, 나는 나예요."

다른 친구와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거부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자율성의 욕구

강요받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


일곱 살 지원이의 사례를 들려드릴게요. 지원이는 영어학원에서 "발음이 이상하다"는 친구의 놀림을 받은 후, 영어 시간만 되면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엄마는 "왜 영어를 안 하려고 해?"라며 답답해했지만, 지원이의 "싫어!"는 사실 "나 창피해요, 무서워요"라는 마음의 외침이었습니다.

여섯 살 하은이는 영어 숙제가 있는 날이면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었죠. 알고 보니 하은이에게 영어 숙제는 '엄마가 옆에서 계속 틀렸다고 지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싫어!"는 "엄마한테 혼날까 봐 무서워요"라는 신호였던 거예요.

아이의 거부는 문제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것은 아이가 우리에게 보내는 SOS일 수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나를 이해해주세요"라는 간절한 메시지일 수 있어요.


시간이 해결해 줄까요? - 연령별 영어 거부 심리 탐구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접근은 오히려 영어 거부감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유아기 (만 3~5세): "이게 뭐예요? 무서워요!"

이 시기 아이들은 구체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런데 영어는? 추상적이고 낯선 소리의 연속입니다.

네 살 준호는 영어 동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무서워!"

준호에게 영어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였고, 그것은 곧 두려움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나이 아이들의 영어 거부는 주로 이런 이유들입니다:

낯선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경계심: "왜 우리말로 안 하고 이상한 말을 해요?"

엄마와의 분리 불안: "영어 선생님한테 가기 싫어요. 엄마랑 있을래요"

놀이 시간을 빼앗긴다는 느낌: "공부 싫어! 놀고 싶어!"


하지만 이러한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쥔 것입니다.


유치/초등 저학년 (만 5~8세): "나만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시기는 아이들이 '학습'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동시에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죠.

일곱 살 서연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진이는 영어로 막 말하는데, 나는 'Apple'밖에 몰라요. 창피해요."

이 나이 아이들의 영어 거부 이유:

학습 압박감: "숙제가 너무 많아요"

비교로 인한 위축: "친구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실수에 대한 두려움: "틀리면 혼날까 봐 무서워요"

재미없는 학습 방식: "영어는 지루해요"


여덟 살 현우는 영어학원에서 단어 시험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10개 중 3개를 틀렸는데, 선생님이 "이것도 모르니?"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 후로 현우는 영어 시간만 되면 "배가 아파요"라고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의 마음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면 됩니다.


우리 아이는 왜 유독 그럴까? - 기질이 만드는 차이

"같은 반 친구들은 다 잘하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시죠? 하지만 모든 아이는 저마다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타고난 기질은 영어를 대하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중한 아이: "충분히 관찰하고 싶어요"

여섯 살 서준이는 영어 수업 시간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따라 해보라고 해도 고개를 숙일 뿐이었죠. 엄마는 답답했습니다. "집에서는 잘하는데 왜 수업 시간엔..."

하지만 서준이는 게으른 게 아니었습니다. 신중한 기질의 아이였을 뿐이죠. 충분히 관찰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서준이의 방식이었습니다.

서준이에게 필요한 건 '빨리 말해보라'는 재촉이 아니라, '천천히 네 속도대로 해도 돼'라는 여유였습니다. 이런 신중한 아이에게는 충분한 관찰 시간을 허용하고, 작은 시도에도 구체적인 격려를 보내며, 아이가 스스로 준비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편안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발한 아이: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다섯 살 하진이는 영어 수업 5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화장실 가요!" 10분 후엔 "물 마시러 가요!" 선생님은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하진이의 문제는 집중력이 아니었습니다.

하진이는 몸을 움직여야 에너지가 나는 활동적인 기질의 아이였습니다. 40분 동안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죠.

하진이의 거부는 '영어가 싫어서'가 아니라 '가만히 앉아있는 게 싫어서'였습니다. 이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에게는 몸을 움직이며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예: 영어 노래에 맞춰 춤추기, 영어 단어 몸으로 표현하기 게임 등)를 제공하여, 아이의 기질을 존중하며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 "작은 것도 크게 느껴요"

일곱 살 수아는 영어 선생님이 "Good!"이라고 칭찬해도 울고, "Try again"이라고 해도 울었습니다. 엄마는 이해할 수 없었죠. "왜 이렇게 유난스러울까?"

수아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톤의 변화, 표정의 변화까지 모두 캐치하고 크게 받아들였죠.

수아에게는 "틀려도 괜찮아"라는 따뜻한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처럼 예민한 아이에게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고, 작은 실수에도 비판보다는 이해와 격려를 보내며,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각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면, 영어 거부의 진짜 이유가 보입니다.


잘못된 만남: 우리가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들

혹시 아래 목록에서 나의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때로는 방법을 몰라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 목록은 스스로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따뜻한 성찰의 거울로 삼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소중합니다.


【영어 거부를 부추기는 부모의 흔한 실수 체크리스트】

□ 감정 무시하기

"울지 마! 이것도 못하면 어떡해?"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너만 왜 그래?"


□ 과도한 비교

"○○는 벌써 영어로 책 읽던데?"

"너보다 어린 동생도 하는데..."


□ 결과만 중시하기

"오늘은 단어 몇 개 외웠어?"

"시험 몇 점 받았어?"


□ 아이 수준 무시하기

"이 정도는 쉬운 거야"

"왜 이것도 모르니?"


□ 강요와 협박

"영어 안 하면 TV 안 보여줄 거야"

"이거 끝내야 놀 수 있어"


□ 재미 무시하기

"공부가 뭐가 재밌어? 그냥 해"

"놀면서 배우면 안 돼. 집중해"


한 엄마의 고백을 들려드릴게요.

"저는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단어를 외우게 했어요. 틀리면 다시, 또 틀리면 또 다시... 어느 날 아이가 영어책을 찢으며 '영어 싫어! 엄마도 싫어!'라고 외쳤을 때, 정말 가슴이 무너졌어요. 제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 게 아니라, 영어를 미워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깨달음은 변화의 시작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아이 마음의 문을 여는 첫 열쇠 - '이해'라는 이름의 위대한 선물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의 "영어 싫어!" 뒤에 숨겨진 다양한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낯설고 두려운 마음

비교당하고 위축된 마음

놀고 싶은데 공부해야 하는 억울한 마음

인정받고 싶은데 지적받는 서운한 마음

각자의 기질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마음들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영어 거부는 아이만의 문제도, 엄마의 교육 실패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아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진정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이 느낌이 들 때, 아이의 마음은 서서히 열립니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아이의 연령별, 기질별 특성을 이해하고, 아이가 보내는 거부 신호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과 욕구를 읽어내려는 부모의 진심 어린 노력. 이것이야말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영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이해한 아이의 마음을 실제로 어떻게 어루만지고,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영어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화법과 코칭 기술들을 본격적으로 다루겠습니다.

기억하세요. 우리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 순간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가는 여정. 함께 걸어가요, 사랑으로, 그리고 이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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