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엄마랑 통화하다가 정말 요즘 말로 '개빡쳤다'!
우리 엄만 70이 넘은 나이에도 바쁜 사람이다. 경제 활동을 하지는 않으셨지만 항상 가정을 꾸리는 데에 최선을 다해서 정말 주부 역할을 직장 다니듯이 열정적으로 하고 계신다. 심지어는 아빠랑 둘만 계셔도 이런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독일에 온 후 엄마는 통화 중에 '이번에 연구 펠로쉽 동안 자기개발을 많이 하여 또 한 단계 성장하겠네!'라는 응원!!!을 하셨다. 평소에도 엄만 항상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거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본인 삶으로 실천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리 새롭지도 않은 말이었지만, 그날따라 왜 그렇게 이 말이 거슬리게 들렸는지......결국 '내가 여기 와서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아느냐, 연구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는 없다' 등등 툴툴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나는 정말 자기개발에 대한 거부감이 있나 보다. 서점에 가면 잔뜩 있는 자기개발서들... 나는 절대 읽지 않는다. 정답같은 말을 너무 열심히 설명한다. 요즘엔 또 무슨 자격증은 그리 많은지... 심지어 일을 열심히 하는 중에도 무슨무슨 자격증도 또 따려고 공부한다. 그리고 취미도 정말 일처럼 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물론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은 절대 찬성! 하지만 자기개발이 목표라면 그렇게 순수하게 내 삶을 즐길 있을 지 궁금하다. 마치 자기개발이 부지런하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의 덕목인 듯 말하는 사회도 문제다. 결국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을 가진 개발이 되다 보니 결국 이직이나 연봉 협상에 도움이 되는 자기개발만 더 인기가 많아진다.
이런 걸 다 떠나서, 평생 내일의 나에게 도움이 될 일만 하면서 오늘을 살다가 결국 죽을 것 같다. 오늘의 나에게 좋은 일을 오늘 하고, 내일의 나에게 좋은 일은 내일 하면 안 되나?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을 더하지 않아도 오늘을 산 경험 자체가 내일을 삶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그 다음 날의 경험은 그 후에 도움이 될텐데 너무 자기개발에 목숨 거는 거, 정말 피곤하다.
독일에 와서 보니 사람들은 그냥 하루를 산다. 본인들은 자기들이 매우 열심히 산다고 하던데 (한국 사람들이 사는 걸 못 봐서 하는 소리인듯...), 내가 보기엔 그냥 주어진 하루를 꽉 채워서 보내는 데에 의미를 두고 사는 것 같다. 언젠가 직장에서 잘릴 걸 대비해서, 이직을 대비해서, 더 나은 연봉을 대비해서 '자기개발'을 한다는 건 여기에 없다. 그래도 이 나라가 굴러가는 걸 보면 자기개발 따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겠지?
저녁에 나의 하루를 찬찬히 뒤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내일을 위한 대비는 충분하다. 난 자기개발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