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土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나에겐 드문 일이지만, 단지 내가 그들을 버렸음에도, 나를 기억하고 굳이 번호를 찾는 수고까지 해가며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에, 보답해야만 할 것 같은 작은 의무감에 휩쓸려서. 하지만 늘 그렇듯, 그 결과는 이렇게 울적한 밤이다. 아니, 그냥, 허무한거구나. 허깨비가 된 서로를 마주하고, 지나간 시간들을 곱씹는 것. 나에게 아무런 흥미도, 열정도 일으키지 못하는 행위.
그들은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고,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 사는 세계도, 패턴도, 취향도 모두 달라져버린 것. 나는 그런 이들을 붙잡는 것이 항상 시간 낭비라고 여긴다. 흘러가는 것들은,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는 주의. 남들에겐 내가 그걸 그냥 두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매몰차게 뚝 끊어버리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내가 끊기 이전에 그 모든 관계들은 흐물흐물, 흐릿해졌을 뿐인거다.
그럼에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걸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이상하고, 극단적이라고만 평가할 뿐. 나에게 있어 사람이란 존재가 소모성이란 걸 솔직히 인정하고 내보이는 게, 그렇게 못되고 나쁜 짓일까.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게, 그렇게 억울한 일일까. 하지만 나는 나 역시 그들에게 그런 존재, 희끄무레한 존재로 여겨진다 해도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데.
단순히 기분전환, 놀러가는 기분으로 만남에 참여한다 해도, 내 에너지는 그런 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정말, 정말, 근본적으로, 사람, 인간이란 생물을 좋아하지 않는 거다. 오로지 그 사람, 그 존재가 무슨 이야기로 이뤄져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을 뿐. 날 것의 생생한 인간을 마주하는 일은 나에게 그저 피곤한 업무와도 같다. 솔직해질 수 없는, 온갖 체면과 가식과 눈치의 거미줄 위에서 엉키지 않게 곡예를 벌여야 하는 아주 힘든 업무. 거기에 누가 보상을 딱히 주지도 않고 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줄 수 없는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고, 요구하는 이들은 버겁고 당혹스럽다. 내 방식이 틀렸다고 하며, 내가 바뀌길, 고치길 기대하는 이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에 내가 그런 그들의 관심에 감사해야 한다고 여기는 전제조차, 종종 역겹다.
도무지 그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