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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l 14. 2023

사랑할 결심

타인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 내가 타인에을 속인 적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생각과 감정을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 단 하나로 귀결된다.


넌 싫어. 넌 이래서 싫고, 저래도 싫어. 투덜대면서 타인을 상처 줬다. 막상 내치기는 어려우면서. 그렇게 끌어오다가 어느 순간엔 사랑해볼까 싶어 졌다지.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인내심은 바닥나는 마음의 총량법칙.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라는 말 앞에 멈칫. 그건 어제고 오늘은 아니야. 어느 때보다 사랑하고 있어. 말하고 싶지만 내 앞에 있는 타인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 지쳐 보인다. 지금 잡는 건 이기적인 선택 아닐까. 앞으로 잘하겠다 말한다고 이후에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어느 것에도 확신이 없다. 그렇게 손을 놓아버린다. 사실 잡고 싶었으면서. 정말 이대로 헤어질 거야? 이게 정말 우리 끝이야? 타인이 묻는다. 나는 묵묵히 걸어 나왔다. 잡히고 싶었으면서.


굴레를 멈췄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의 햇살. 이 조차 느끼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발이 닿은 오늘조차 의심하게 되는 날들이 있다. 의심을 한번 할 때마다 무너지는 어제들과 확신할 때마다 되돌아오는 무언가 들. 또 다른 굴레. 이대로면 종국에 정말 미치고 말 것이다. 시간 하나 붙들고 어렵게 의심을 떨쳐낸다. 지나온 것이다. 분명 무언가 남아있다. 지금 안 보일 뿐이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돼. 누구든. 누가 없다면 무엇이든.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죽어버리니까. 그렇게 껍데기만 움직이게 돼버리니까. 굴레는 타인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뒤에야 찾아올지도 모른다. 준비해야겠지.


다만 되뇐다. 사랑한다. 믿는다. 누구든, 무엇이든.


일상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나에게 사랑의 정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의 정의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들'이라고 정했다. 그렇게 보니 작은 , 칭찬, 산책하는 강아지, 친구들의 농담, 엄마 광대뼈, 무관심한 전우들, 스크롤을 내리다가  웃긴 이야기엔 모두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우울이 널려있는 세상에 사랑이라고 널려있지 않으란  있겠는가.


그러니 떠올렸을 때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사랑에 빠졌다는 의미와 같다.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그들을 미소 짓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을 사랑하고 있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해 버린다는 그들은 자신도 그렇게 사랑할까? 누구는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어쨌든 타인은 사랑해 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그것보다 내 안의 고통과 우울, 권태로움, 원망, 혐오를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


해내면 나의 세상은,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해질 것이다. 분명 충만할 것이다. 이것을 구원이 아니고 무어라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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