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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n 05. 2023

아직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힘

너무 간절해도 되는 게 없다.

나는 맨날 진심인데 왜 매번 안된 놈이 될까?

되는 게 없다. 회사에서도, 관계에서도. 나도 똑같이, 어쩌면 더 노력했는데. 나보다 덜 노력한 것 같은데 잘한 쟤를 보면 화가 나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 생각을 없게 사는 쟤는 사람들한테 이쁨 받는다. 나는 그럼 뭐 하러 이렇게 노력했나 화가 난다. 쟤가 없으면 내가 일등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글쎄. 쟤를 질투해서 핀잔을 준다고 내가 잘해지는 건 아니었다. 쟤는 그냥 지가 잘한 거다. 내가 보태준 건 없다. 내가 멋대로 비교하고 질투하고 화내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마음을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내가 꿈은 큰데 실력은 없어가지고

생각보다 나는 더 힘이 없는 인간이었는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에 비해 꿈이 크다. 노력하는 방향과 요령도 부족하다. 이상이 있는 것은 좋은데 그 이상을 이뤄내려면 어떤 것들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글자하나, 단어하나 디테일한 고민이 필요한데 청사진이 흐릿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매번 부실했다.

그럼 물어봐야 하는데 묻지도 않았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긴 것이다. 그럼 그것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정말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다.


핑계대기 참 좋은 날씨다.

날씨뿐만이겠는가. 경력이 쌓이지 않아서, 경험이 없어서, 몸이 좋지 않아서, 졸려서, 준비가  돼서, 온통 빠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온통 빠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어쩌면 도전이 무섭고 힘든 이유는 사랑하던  일을 증오할지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래. 애정을 가지고  힘을 다해 쏟아내도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쓰잘데 없는 곳에 애정을 가졌고,  힘도 다해봤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가 고갈되고, 나는 정말 간절했지만 내가 내밀었던 놔버리게 된다. 여러 번이 반복되니 손을 내밀지도 않게 됐다.


거참 아이러니한 게

사랑하지 않다 보니 되려  돌아가고, 잘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나의 간절함과 사랑의 모양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정확히  사랑의 모양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완벽주의와 이상주의가 점철되어 있는 모양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숨이 막혔는지. 생각해 보면 태도와 성공지표가 달라진  크다. 잘하는 것보다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사람들의 반응보다 완성하는 것에 의의를 두다 보니 결과가 따라오는   이런 건가 싶다.


아직’ 난 안된 놈이다. 그런데 될 놈이 될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잘하려고 하기보다 완성에 의의를 두기 시작했을 때쯤 아직이라는 단어가 좋아졌다. 아직 난 생굴이 싫고, 아직 난 와인보단 위스키가 좋다. 하지만 이다음은 모를 일이다. 생각의 전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놨다. 글자로 읽는 것보다 직접 느꼈을 때 감각은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언젠가는 감각을 서술할 날도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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