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리뷰
뭔가 불안하기보단 엄마가 종종 읽기도 하고, 논어를 읽어본 적 없으니 해석본이라도 들어볼까 하고 펼쳤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특히 흥미를 끈 건 공자의 솔직한 면모였다. 나는 공자가 세기에 현자라고 칭송받기에 뭔가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내 시선에서 공자는 흥 많은 원칙주의자에 가까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본인의 부인의 장례식에서 엉엉 우는 인간이었다는 서실이다. 해설자의 시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엉엉 울고 금방 털고 일어나할 일을 놓치지 않고 했다고는 하지만 현자가 엉엉 우는 건 내 사전에는 없는 일이었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줄도 몰랐다. 의외의 차밍포인트랄까.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도 깊은 거지만, 왕을 칭송하는 노래들에 평가가 퍽이나 은유적이었다. SNS가 있었다면 돌려 까기 장인으로 두둔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책을 읽고 나서는 공자가 고모 친구 남편쯤 되는 사람처럼 친근한 듯 아닌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위인이나 현자를 다룬 책을 보면 이 사람이 현대에 태어났으면 어떤 캐릭터였을까를 생각하면서 읽는데, 공자는 캐릭터가 약간 다양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얼핏 성격만 잘 뜯어보면 주변에도 있을법한 캐릭터여서 어쩐지 친근하기도 한데, 막상 범접할 수 없는 사람들 한 명씩 있지 않은가. 뭔가 고모 친구 남편 같은 느낌이랄까.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공자가 민본주의에 대한 프라이드도 높고, 유가사상 중에서도 형식에 대한 것을 고집하는 것도 제법 꼬장꼬장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중점으로 상상해보면 공자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잘 적응하고 본인의 철학을 관철했을지 좀 궁금하다.
나는 공자 같은 성격의 사람들을 정말 동경하지만, 정작 나는 장자의 자유론과 실용주의, 허무주의 같은 것들과 더 닮아있는 사람이라 내가 공자를 좋아하고 존경해도 공자는 나랑 대화하는 걸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한번 해봤다.
한 가지 반발심이 들었던 것은 공자는 아무리 왕에게 하자가 많더라도 신하들이 예(禮)와 책임을 다하면 나라는 잘 굴러가기 마련이라 말한 부분이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한다. 같은 오케스트라도 지휘자마다 곡의 해석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국가, 회사의 우두머리가 가진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회사에서 내가예(禮)와 책임을 다하게 되면 내 일만 많아지는 이 가혹한 세상에서!ㅠㅠ 책을 붙잡고 찡얼거려 봐야 연말까진 퇴사 생각도 못하지만!ㅠㅠ)
하지만 어림도 없지. 공자가 내 찡얼거림을 받아줄 리 없다. 군자는 내 탓이라고 말하는 법이라고 했으니, 난 군말은 있었지만(!) 군자의 태도를 본받아 우두머리의 하자는 어쩔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겠다..(ㅈ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고 들은 게 아니라서 에피소드 하나하나 좀 더 깊게 읽었어야 했는데 캐릭터에 대한 의외의 신선함만 강렬하게 남은 것 같아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왜 다들 어렵다고 하는지, 왜 공자를 추앙하는지 알았다. 논어가 덜 어렵게 느껴지게 된 것도 좋았다. 물론 해설이 흥미로워서도 있다.
고전 중에 고전이라 그런지 해석의 여지도 많기 때문에, 해석하는 사람들마다 논어를 바라보는 태도가 다르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 눈에 논어를 개망나니 같이 소화한 내가 웃겨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나는 다른 해설책이나 원문을 보지 못해서 다른 책을 읽었을 때 어떻게 소화했을지 짐작되지 않지만, 아무튼 나 같은 인간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해설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이 나는 아무튼 논어에 발을 담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제법 뽕이찬 인간이니까!
수많은 에피소드로 공자는 나에게 “지금에 대한 책임은 필수요, 솔직하게 살고 네가 세운 원칙에겐 가끔씩만 져라”라고 말한다. 공자도 사람인지라 가끔 본인이 하신 말씀을 못 지킬 때가 있었다. 어디서 들었던 말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항간엔 ‘현자는 악마에게 가끔씩만 진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확한 문장인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릇이 간장종지만 한 인간이다. 깡도 없는데 속도 좁다. (언니가 본가 왔을 때 나는 밥 이렇게 안 해주냐며 투덜거린 것 보면 그릇이 간장종지만도 못한 것 같다.) 아마 공자처럼 완곡한 고집과 철학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 부서지고 깨져야 될 것이다. 묫자리도 누울 자리 보고 누워야 한다고 깨지고 부서질 적당한 장소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겠다.
리뷰 요약
- 이 해설책은 나 같은 인간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장으로 되어있다.
- 내가 생각하기에 공자는 흥 많은 원칙주의자에 고모친구 남편 같은 캐릭터다.
- 공자는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게 감정과 상태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공자는 지금에 대한 책임은 필수요, 솔직하게 살고 네가 세운 원칙에겐 가끔씩만 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