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첫 시도에 바로 임신이 되었다. 임산부가 뭔가 나랑은 엄-청 멀리 떨어져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급 나도 그 임산부가 되었다.
별로 티도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로써 겪게 되는 몇가지 힘듦이 있었다. (물론 중기/후기로 갈 수록 새로운 고충들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ㅎㅎ)
1. 불안한 마음
산부인과에 가서 처음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사실 뭔가 너무 신기하고 믿기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몸이 그렇게 크게 변한거 같지 않은데 뭔가 자라고 있다니-! 그러다보니까 애기가 잘 자라고 있는건지 확인할 길도 없고(..) 워낙 임신초기 유산도 많다고 주변에서 그러니 더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그러나 확인할 방법은 2-3주에 한번씩 가는 병원검진뿐이라 그저 잘 자라겠거니 믿는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중기로 가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친구 중에 10주 정도 차이가 나는 임산부 친구가 있는데 나는 이제 9주차, 친구는 19주인데도 태동이 좀 덜 느껴지면 불안하다는 걸 보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생명을 품고 있다보니 어쩔수 없는 거구나 싶다.
2. 대중교통 이용이 생각보다 힘들다.
물론 요즘은 핑크뱃지가 생기고 임산부배려석이 있기에 아마 과거와 비교해보면 훨씬 나아진 상황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임산부 배려석에는 누군가가 앉아있는 경우가 매우,몹시 많다. 비어있을 때도 있지만 거의 내 경우는 비어있는게 30 vs 누군가 앉아있는게 70정도인것 같다.
앉아있는 사람이 임산부일때는 그저 사람이 많아서 그렇구나 싶지만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을 경우는 비켜달라고 할 순 없으니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 초기임산부라 티가 안나니 앉아있는 사람들도 무신경하게 있으면 내가 임산부인줄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티는 안나지만 입덧도 하고 컨디션이 어쨌든 떨어지니 평소보다 훨씬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다.
누군가는 임산부배려석이 있으니 편하게 다니지 않냐고 하지만 생각보다 (특히나 출,퇴근시간에는) 그 자리를임산부가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ㅎㅎ..! 겪어보니 더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 평소에는 그냥 그 자리 근처를 가지 않으니 몰랐을뿐..
3. 초기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은 활용하기 너무 어려운 제도다.
사실 나는 초기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해서 어쨌든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 혜택조차 안받는 사람들이 본다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신청을 하겠다고 했을 때 팀장님도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고 인사팀에서도 별소리 없이 승인을 해주었다.
다만....^^.. 승인만 한다.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들지만 내 일은 그대로다. 일을 줄여주지는 않으니까 ㅎㅎ.. 근무시간은 줄어드는데 일은 그대로라는 건 근무시간동안 정말 미친듯이 와다다 일을 해야 일을 끝낼 수 있다는 거다. 종종 화장실을 못갈 정도로 바쁘다.
특히나 우리 회사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pc-off가 되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마음이 덥 급하다. 그 꺼진 컴퓨터를 다시 켜려면 팀장님께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승인 받는것도 뭔가 맘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퇴근시간과 별개로 회의시간은 오후에 잡힌다.
가급적 사람들이 좀 덜 붐비는 시간에 출근을 하고 싶어서 8시 30분-15시30분 퇴근을 하려고 일찍 출근을 했다. 그런데 회의 시간이 16시다.. 그걸 미리 알려주면 고려해서 출근을 했을텐데 또 그걸 미리 알려주진 않고 당일날 고지하거나 혹은 15시 20분쯤 16시에 회의 하자- 고 하면 따를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다들 일을 하다보니 나를 고려해서 회의시간을 잡거나 할 수 없을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pc가 꺼지니.. 나는 회의시간전까지 꺼진 pc앞에서 멀뚱멀뚱 있을수밖에 없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생각보다 임신이라는게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큰 미션이기는 하지만 직장동료들에게는 그저 그렇군-이라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일수밖에 없다. 배려를 바랄 수 없고,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할수 없다. 속은 울렁거리고 몸은 너무 지쳤고 그래서 눈치가 보여도 근로시간단축 신청을 했지만 신청은 신청대로 하고 (..) 결국 제대로 활용을 못할 때가 많다는 것도 초기 임산부의 고충 중 하나일 것 같다.
4. 언제 임신 사실을 밝혀야 하는가.
주변 지인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언제 임신 사실을 밝혀야 할지도 한참 고민 거리 중 하나였다. 너무 초창기에는 말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가급적 나중에 밝혀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래서 '언제' 인지가 너무 고민되었다! 특히나 주변 지인들과의 술한잔을 즐겼던 나로써는 술을 권하는 지인들에게 어떤 핑계를 대야 하나도 고민되었고-
그래도 나는 임신 5-6주때 가족들에게는 임신 사실을 밝혔고 가장 친한 지인들에게까지는 밝혔던 것 같다. 그리고 임산부근로시간단축을 신청하기 위해 회사에도 밝혔고... 갑자기 너무 일찍 퇴근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팀원들에게도 밝힐수밖에 없었다..ㅎㅎ(내 의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7-8주가 되면서 가끔 보는 친구들에게도 임신사실을 밝히게 되었고 생각보다 너무 일찍 오픈했나 싶기도 해서 오히려 좀 불안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5. 속이 계속 니글니글 울렁울렁
사실 입덧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우리 엄마도 입덧이 없었고 시어머님도 입덧이 없었기에 없을 줄 알았지만... 그와 큰 상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심한 사람들처럼 냄새를 맡기 힘들고 토하고 그러지는 않았으나 공복일 때의 속 울렁거림은 계속해서 입안에 무언가를 넣게 만들었다. (아마 살도 찌겠지...)
어느 순간부터 속이 늘 니글거리고 울렁거리는게 디폴트가 된다는 건 정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것말고도 초기 임산부들이 겪는 고충은 아마 너무나도 많을 것 같다. 생각보다 자세히 주변에서 이런 고충을 들어본적이 없었는데 왜 아무도 나에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는가-라는 원망도 들지만ㅎㅎ.. 그렇다고 해서 임신을 안할건 아니었으니까.
심장소리를 듣고 난 후 어쨌든 내 안에서 뭔가 또 다른 생명체가 자라난다는 것이 좀 더 확실해졌고 생각보다 꽤나 그 사실은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엄청난 일임은 분명하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잘 해나갈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되지만 드라마<며느라기> 속 대사처럼 아기를 품고있는 10개월동안 나도 엄마가 되어가는 걸 연습하고 자라는 중이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