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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Jan 26. 2023

교과서가 친절하면 좋겠습니다

어휘력이 빈약해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방학 동안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초/중학생들이 읽고, 적용할 수 있는 책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러브콜에 단독 저자라는 달콤한 꿈이 더해져 빚어낸 제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쓸 겁니다". 이 단호함은 자꾸만 옆길로 새는 제 마음을 단단하게 묶어두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필력이 뛰어난 것도, 국문을 전공한 것도 아닌 제게 출판사의 러브콜은 과분한 제안이었습니다. 그래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학생들의 어휘력이 최근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문해력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를 아무 생각 없이 휩쓸리듯 소비하는 학생들이 우리 집에도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 저는 수다쟁이가 되어야 했고, 요구에 따라 언제든 책을 읽어주는 CD 플레이어 같은 존재여야 했습니다. 차라리 자녀의 빈약한 어휘력이 향상됐으면 하는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면 훨씬 쓸 말이 많았겠지만... 학생들을 독자로 정해두고 책을 쓰려니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니죠. 아마 그것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듣고, 읽고,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도구는 역시 어휘죠. 잘 듣고, 상대의 느낌과 감정을 잘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어휘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휘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는 말하기와 쓰기의 영역입니다. 수업이 예전과 달리 많이 달라져서 일방적인 전달식은 아니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말이나 글로, 혹은 그 밖의 다른 수단으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의 마태 효과는 어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학습에 꼭 필요한 어휘조차 친절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바뀌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휘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이 따로 노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에게 책을 쓰라는 거겠죠? 그래도 학생들이 혼자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교과서면 좋겠습니다. 내용이 쉬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원에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하는 어휘와 그 뜻을 소개하는 페이지 몇 장이 당장, 학생들에게 매우 간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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