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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Nov 22. 2023

엄마, 나 합격이래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작은아이의 이야기


입시, 분명 자녀의 몫이고 부모가 관여하거나 도울 수 있는 영역엔 분명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마음과 신경이 온통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중3 작은아이의 입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합격자 발표가 있기 하루 전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거나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큰아이가 외고를 지원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죠.


작은아이는 여름방학 동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서 진행하는 여러 캠프에 참여하여 자신이 정말로 그 학교를 가고 싶은 것이 맞는지, 진학 후 배워야 하는 과목과 졸업 이후의 진로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적합한지 등을 체험했습니다. 참여  이어진 진지하고 깊은 고민 덕분에 진로가 바뀌기도 고, 또 더욱 갈망하는 분야가 생기기도 했죠. 방학이 끝나고도 작은아이의 다양한 진로탐색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저도 아이와 함께 학교에 방문하여 설명회도 같이 듣고 진로 체험 참관하였죠. 또 특성화고 진로부장 선생님 상담을 신청하여 아이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말씀도 들어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입학 상담을 하는 특성화고 선생님의 대부분은 졸업 후 진학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대학 진학을 염두하고 특성화고를 지원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아서일 테죠. 입학 설명회도 취업률보다는 졸업생들의 진학률, 특정학과 진학에 유리한 전형과 전문교과 및 실습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자신의 진로가 뚜렷할수록 고등학교 선택이 쉬워지고 유리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아이의 흥미와 적성은 시간의 축적과 경험의 다양성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진로 선택에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고, 선택의 폭 또한 좁아지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학교 설명회나 진로 캠프 등을 중학교 1~2학년 시기에 신청하여 미리미리 다녀보길 권합니다.


작은아이의 같은 반 친구 중 두 명예술고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한 명은 합격, 한 명은 불합격... 떨어진 친구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편치 않았다고 하네요. 예고 합격자 발표가 있고 며칠  마이스터고 합격자 발표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이른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던 중3 소녀는 이틀째 험이 끝나자마자 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크롬북을 펼쳤답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마이스터고의 합격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교실이라는 것도 잊고 아이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자소서를 쓰면서 자신을 책망했던 수많은 밤이 떠올라서, 원서를 내러 가는 날 준비한 서류를 건네며 응원과 격려의 세리머니를 보내준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스쳐서, 면접 질문을 뽑고 답변을 준비하면서 고생하고 걱정했던 지난 일주일이 한꺼번에 려와서, 거기다 곁 있던 같은 반 친구들 격한 축하인사지 더해져 뭉클하고 벅찬 감정의 눈물을 쏟고 말았는군요.


딸아이는 가장 먼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다면서 합격의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면접이 있던 날, 아이를 바래다주고 교문에서 헤어져 뛰어가던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하더라고요. 전 과목 교과 성적이 반영되는 마이스터고 지원 조건이 과목별 편차가 심한 작은아이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국 단위 모집인 것도, 남녀공학 선발의 첫 대상이 된 것도 아이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조건이었. 그럼에도 마지막지 포기하지 않고 면접관에게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준비한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미디어종합적성고사를 치르고, 세 차례의 심층면접과 구술면접을 단계별로 거쳐야 하는 아이의 하루 어른과 견주어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임을 알기에 안쓰 마음도 컸습니다.

 


더듬어보니 작은아이가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미 한 차례 예비소집도 다녀왔고, 교복도 맞추었. 1월에는 2박 3일의 OT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예비 고등학교에서 집으로 보내온 담임 선생님과 합격생을 위한 작은 선물 상자 메시지에 지난 시간들이 스치며 또 한 번 울컥했요.


교내 유일의 마이스터고 합격생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늘의 딸아이를 키웁니다.



덧. 주함과 나태함을 오가는 동안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제 글을 찾아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합니다. 아울러 수험생을 둔 가정에는 기쁨의 합격 소식이 닿길 맘 속 깊이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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