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굴 Oct 24. 2021

나이가 들어도 방탄소년단 노래를 추고 싶어

조금 더 오래 춤을 추고 싶습니다




 나이를 잊고 살려고 노력하는 데, 가끔은 느끼긴 느낀다. 학원의 다른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아무리 춤을 춰도 지치지 않는데, 나는 너무 힘들어 숨조차 쉬기 힘들 때. 안무로 목을 돌리고 나면 한 동안은 일 할 때마다 목의 근육과 관절이 너무나 아플 때. 점프를 하고 바닥에 꿇어 앉는 동작을 하고 나면 무릎에 통증이 생길 때. 나이와 상관없이 늘 열정으로 가득찬 댄스 생활을 이어가고 싶지만, 내 몸은 간간히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럴때면 이젠 조금 뻐근하거나 아프면 학원을 좀 쉬기도 하고, 그 동작은 좀 살살 대충 하면서 넘어가기도 한다. 앞서가는 마음으로 무리했다가는, 오히려 훨씬 더 오랫동안 춤을 못 추고 쉬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이었다. 발을 넓게 펼쳐 선 후 한쪽 다리를 끌어올리는 동작이 들어간 춤이었다. 미묘하게 왼쪽 고관절이 아픈 듯 했지만, 그 날 동영상을 찍어야 했다. 조금 아팠으면 쉬거나 아니면 살살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더 무리를 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동영상을 찍을 때 확 통증이 심해졌다. 집에 걸어오는 데 절뚝거려야 할 정도로 꽤나 아팠다. 간단히 셀프 마사지를 해주고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다음날 일어났는 데도 여전히 아팠다. 내 몸의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너무 과격하게 춤을 춘 것이 화근이었다.




 정형외과에서 가서 x-ray도 찍고 의사의 진찰도 받았다. 다행히 뼈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고 고관절 근육의 염좌라고 했다. 다만 그 정도가 조금 센 것 같으니 최소 3주는 푹 쉬고 많이 걷지 않도록 하며, 춤은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이 정도면 다행이네 싶으면서도 거의 한 달 가량 댄스학원을 못 간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했다.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다녔는데, 이제부턴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다니.




 선생님께 문자로 못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댄스학원을 반강제로 못 가게 되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몸이 근질근질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학원에 가서 쿵쿵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춤을 추던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나 다시 한 번 느꼈다. 발산되지 못한 에너지는 묘하게 점점 답답함으로 쌓여갔다. 댄스를 하면서 생긴 근육들도 금세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매일 똑같은 자세, 똑같은 동작만 하다보니 목과 허리도 춤을 안 출 때보다 오히려 더 아팠다. 노래를 들으면 몸을 움직이고 싶은 데 움직이지 못하니, 누가 강제로 나를 결박해놓은 것과 다름 없었다. 3주가 지나고 의사로부터 춤을 추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쇼생크 탈출 마냥 자유를 느꼈다. 춤을 출 수 없다는 건 마치 감옥에 갇힌 것과 같았다. 내 몸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껏 쓸 수 없다는 것. 그 것은 나이를 먹고 신체가 노화되면서 내가 느낄 첫번째 두려움이자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내 몸이다. 댄스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건강한 몸 상태로 오랫동안 춤을 추는 것이다. 무리 하지 않고, 근육을 기르고, 관절을 아껴서 내 몸이 춤을 출 수 있고, 춤으로부터 운동의 효과를 보며, 부상을 덜 당하도록 섬세하게 관리하려고 한다. 지금의 상태와 수준을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유지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결국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춤을 추는 것을 사랑하게 되면서, 나는 내 몸을 더 아껴주게 되었다. 춤은 그 무엇보다도 신체가 중요하다. 내가 나이를 잊고 춤에 몰입하는 시간을 충분히 오랫동안 경험하고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고관절을 다치며 댄스 학원을 쉬게 되었던 것을 계기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지속하기 위해선 결국 내 몸을 아껴 써야한다. 내 몸을 아끼기로 결심하면서 내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아침 저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필라테스로 근력운동도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의 가장 기본은 결국 나이 들어서도 춤을 추고 싶고, 춤을 추는 내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춤을 직업으로 삼는 댄서가 아니다. 아이돌은 더더욱 아니다. 본업이 있고, 직장을 다닌다. 취미로 춤을 배우고 댄스학원에 다닌다. 춤을 엄청 잘 추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춤을 출 때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춤이라는 본능적인 행위에서 나오는 원초적인 희열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나이를 먹어도 방탄소년단의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내 몸을 마음껏 움직이고 표현하며 춤이라는 무아지경의 세계로 가기 위해.  





이전 10화 댄스에도 정체기가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