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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kim Oct 14. 2022

스탠딩 파티 베이비

어쩌다 주간일기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열면 이제 에어컨보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올해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아기와 나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했다. 생애 첫 접종인 8개월 아기는 2회를 접종해야 해서 빨리 병원을 예약했다. 낮에 주사를 맞고 오면 아기도 힘들어서 낮잠을 길게 잘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아기는 주사 맞을 때 잠깐 울고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멀쩡했다. 문제는 같은 주사를 맞은 내가 팔이 부어오르고 컨디 션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혼자 놀아주기를 기대하면서 장난감을 잔뜩 펼치고 아기가 마음껏 기어 다니게 두었는데, 그날 따라 소파 위에 누워있는 나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아기가 자꾸 기어 왔다. 아직 어른이 잡아주지 않으면 서지 못하는 아기라 안심하고 좀 더 쉬고 있었는데, 소파 앞에 둔 작은 테이블로 기어가서 혼자 용을 쓰더니 기둥을 잡고 엉덩이를 들기 시작했다. 설마 하면서 조금 더 지켜보고 있었는데, 맨 위 선반 면을 양 손끝이 하얘지도록 꼭 붙잡더니 허리를 완전히 세워서 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컨을 잡으려고 짧은 팔을 휘저으며 마음대로 되지 않자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신기해서 얼른 동영상을 켜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금방 무게중심이 무너져서 한 팔을 놓쳤다. 그러더니 도와달라고 엄청 울어서 제대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우리 아기도 오른쪽 다리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했는데, 근육통이 꽤 있는 편이던데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잡고 서기를 성공해버린 아기가 대견했다. 하지만 한 번 스스로 잡고 서기를 성공하자 재밌어서 계속해서 시도하는 아기를 따라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기는 잡고 서기에 금방 능숙해졌지만 다시 내려오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설 때마다 내가 뒤에서 넘어지는 아기를 받아달라며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줘도 별로 소용이 없었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신나 버린 아기는 낮잠도 거부했다.


잡고 서기 놀이는 당연하지만, 처음 선 날 이후로 점점 더 강화되었다. 중간에 잡을만한 것이 있는 모든 물건에 다가가 잡고 서기를 시도했는데, 아기는 무게가 있는 물건과 없는 물건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잡고 서다가 넘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은 이제 혼자 노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집안일을 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잡고 서는지 잘 감시해야 했다. 처음에는 계단처럼 아기의 어깨 높이를 한 번에 잡고 서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잡을만한 것이 있는 아기 의자나 어른 의자, 높은 소파 테이블의 책꽂이를 잡고 두 번의 시도 끝에 섰다. 하지만 하루 만에 소파 맨 위를 잡고 한 번에 서는 기술까지 익히고 말았다. 곧 문틀을 잡고 서려다 넘어지기도 하고 커튼을 잡고 서려다 안되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정말 너무 귀엽고, 8개월짜리 아기가 벌써 저렇게 힘이 좋아서 잘 선다니 대견하기도 했지만 예상했던 속도는 아니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아직 네 발로 기기를 못하고 배밀이로 기는 중이라서 아기를 자유롭게 기게 둘 수 있었다. 주방 안전문도 사이즈를 고민하느라 아직 주문을 못한 상태였고, 베이비룸이나 부피가 큰 장난감도 최대한 안 하고 다양한 교구와 책으로 버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내가 배운 아기의 발달 단계 상 네 발로 기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지금 배밀이로도 충분히 빠르게 기긴 하지만 정말 잡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게 네 발로 기면 그때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위험한 공간인 주방 출입을 막기 위해 안전문을 급하게 주문해야 했다.


잡고 서기 시작하면서, 엄마나 아빠가 보이면 무릎이든 팔이든 잡히기만 하면 일으켜 달라고 성화였다. 그와 함께 비약적으로 기는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네 발로 기는 것에도 성공했다. 완전히 네 발로 기지만은 않고, 잡고 설 만한 물체 가까이 가면 네 발로 조금 기었다. 아무래도 엄마나 아빠가 못하게 할까 봐 급한 마음에 몸을 먼저 일으키다가 엉겁결에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긴 했다. 멀리 있는 거울이나 좋아하는 장난감에 다가갈 때는 평소처럼 배밀이로 토끼처럼 깡총깡총 기어서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잡고 서는 걸 먼저 하더니 네 발로 기는 것도 쉽게 성공했다.


우리 아기는 8개월인데, 조금 큰 편이긴 하다. 몸무게와 키 모두 85 퍼센타일을 기록했고, 사실 머리둘레도 좀 큰 편이라서 대근육 발달이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힘이 좋아도 혼자서 잡고 서는 일은 기는 것과 달리 균형이 필요한 일이라서, 머리가 좀 큰 우리 아기는 늦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기의 성장과 발달은 내가 이론적으로 배운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던 일이 바로 이번 주에 펼쳐지자 조금 당황스럽고 아쉽기도 했다. 물론 보자마자 박수를 치면서 함께 기뻐하고, 사진과 영상을 엄청 찍어서 여기저기 자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기가 너무 빨리 커서 아깝다.


이제는 호기심이 많아지고 활발해져서 얌전히 안겨있지도 않는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안아주면 어깨에 폭 기대기도 하고, 내 옷을 만지작거리며 꽤나 귀여운 옹알이를 하곤 했다. 지금은 안아주면 내 쪽이 아니라 바깥쪽이 보이게 안아달라고 몸을 돌리고, 만져보고 싶은 물체를 향해 손을 뻗고 몸을 뻗으며 내가 단단히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밖에서는 내가 맨몸으로 안아주기가 조금 버거울 때가 많다. 몸이 커진 만큼 힘도 세져서 손목이 너덜너덜한 나는 아기띠의 도움 없이는 아기의 호기심을 감당할 수 없다. 아기는 이번 주 내내 집에서나 밖에서나 뭐든 잡고 서고, 신나서 꺅꺅 소리를 지르며 스탠딩 파티를 즐기셨다. 집에서는 힘들어도 너무 귀여워서 계속하게 내버려 두었고, 다치지 않게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지만 앞으로 외출이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스탠딩 파티 베이비가 행복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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