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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ul 11. 2020

3. 여자와 남자, 둘만의 여행

우리가 신혼이었을 때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갔었기 때문에 샤랄라 옷을 입고 블링블링하게 화장하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열대과일을 먹는 그런 여행을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결혼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이 이직을 하면서 일주일 정도 여유가 생겨 급하게 여행 일정을 잡았다.

코타키나발루, 급한대로 패키지.


패키지 비용은 1인당 3박 5일 49만원, 둘이 98만원.

남편에게는 다시는 동남아 패키지투어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는 남자와 단 둘이 한 유일한 휴양지 여행의 추억이 되었다.


어쨌든 나는 샤랄라 옷을 입고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었고 호핑투어를 하며 물고기와 함께 놀았으니 만족했다. 게다가 탄중아루비치는 세계3대 석양명소라니, 탄중아루 비치에서 석양도 보고 사진도 찍었으니 정말 충분했다.



가족계획을 딱히 하진 않았지만 2013년에는 아이를 낳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단 둘이 하는 마지막 여행 삼아(태교여행빼고)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짧았지만 재미있었고 알차게 놀았다. 코타키나발루와 후쿠오카여행을 비교해보니 우리 부부는 휴양형보다는 관광형이었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주차왕


 둘이 살 때도 종종 드러나긴 했지만 '여행'이라는 극한의 상황 혹은 판타지의 상황에서는 서로의 진가가 더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가 일상과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은 상대방의 단점이 견딜만 하다는 것이었다. 남편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남편의 단점이 너무 드러난다고 해서 괴로울 지경까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존재 자체가 단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존재 자체가 그러하니 그냥 견뎠나 싶기도 하다.


아웃도어형인 우리는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여행도 꽤 한 편이다. 둘째가 만삭일 때까지 차도 없었기에 고속버스나 셔틀버스 타고 다니면서 잘 돌아다녔다.


여러 상황에서 상대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만 했고, 그래서 미리 조심하거나 참았다. 집에서는 붙어있으면 답답하고 좀 나가줬으면 싶지만 여행지에서는 붙어 있어야 하고 붙어 있는게 좋고, 사실 붙어 있으려고 가는 거니까 서로를 파악하기도, 조금은 색다른 밤을 만들기도 좋다.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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