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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Mar 26. 2024

극한의 즐거움, 왈종미술관

제주생활의 중도

제주도에서 방문할 미술관 목록을 추릴 때 가장 정보가 없던 곳이 바로 이 왈종미술관이었다. 이름이 생소하지만 독특한 이름일 인상이 강했는데 지금도 작품활동을 하시는 작가님의 이름이었고, 이후로 백화점과 안다즈호텔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예습(?)할 수 있었다.


보통 봐오던 작품들에 비해 환한 색과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이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낯설기도 하면서 결국엔 내가 예술을 통해 얻고 싶은 감정이 그림으로 표현된 모습 같기도 했다.


제주에서 아주 유명한 관광지인 정방폭포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는 왈종미술관은 외관부터가 예술적이다. 로 3분거리엔 이중섭미술관도 있다.




이것이 작가님의 모토인가.


기대했던 건 이런 거였다.


"그래, 그럴 수 있지이~~ 그것이 인생이지이~~."

이렇게 달래는 느낌으로.




여러분들의 느낌은 어떠신가요?



"그럴 수 있다아아아!! 그것이 인생이다!!(아우 그냥!!)"

이런 느낌으로 읽히네요, 저는?

노래인가 울부짖음인가

앵그리모드인가 해탈모드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저 그림은 매일 새롭게 해석될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 재밌다'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작품에 담긴 시대의 아픔과 작가의 신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가끔은 그들의 작품속에 작가의 삶을 심하게 투영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심미성으로 봐도 될 것을 굳이 사조와 시대상을 들어, 그것이 예술가의 의무나 책임이기라도 한 것 처럼 나는 그림속에 숨겨진 글이 없는 메세지를 찾으려는 괜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다.


이왈종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심히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입장에선 메세지나 신념을 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생각을 하기에 앞서 그림과 만남의 첫 순간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왈종미술관에 머무는 동안엔 정말 웃고 또 웃었던 것 같다.


여중여고시절로 돌아가

"이거 봐봐, 여기 봐봐, 너무 재밌지 않냐? 꺄륵꺄륵~!"

하며 서로의 부름에 쫓아다니며 웃으며 즐거워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다 크고 밝다. 예쁨과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작가에게 정말 기쁘고 즐거운 와중인가보다.


골프와 요가를 진심으로 즐겁고 신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3층에 올라가면 그의 작업실이 오픈되어 있는데 작업실에 골프클럽이 있고 벽엔 요가하는 사진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지.


그러고 나서 그림을 다시 보니 즐거움 뿐 아니라 진정성도 느껴지면서 그의 재미있고 건강한 제주에서의 삶이 부러워졌다.


아, 나도 제주 한달살기 하고 싶다.

(이러고 다른 지역 가면 그 지역 한달살기 하고 싶고,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한달살기 하고 싶고 그런다)





낯선 느낌도 있었다. 작품속에 골프와 요가라니.


 제주에서의 삶이라면 바다나 오름의 풍경같은, 말하자면 좀 지적인 그림이어야 하지 않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즐거운 감상의 와중엔 이렇게 꼰대같은 생각도 없진 않았는데, 미술관에 전시된 신문기사에 '골프치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 다 팔렸다'라고 되어 있어서... 역시 애호가되기는 아직 멀었군. 예술은 더욱 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신났으면 저러고 있다

전시는 3층을 지나 옥상까지 이어지고, 옥상으로 가는 길목엔 조각작품들도 왕왕 있다. 그 조각들 중엔 야한 조각상들도 있었다. 나와 여러분이 좋아하는 그런 조각! 남녀가 하나되어있는 그런 조각!


친구에게 물었다.

"너 남편이랑 이렇게 해 본 적 있어?"

"아니! 너는?"

"나도 없지. 저거 되게 어려워."

"시도도 안 해본 것 같은데.."

"시도하다가 정신 다 돌아올 걸.."

"오빠가(남편) 시도하자고 해?"

"젊었을 때 얘기지. 이미 다 지난 일."

"제주생활이 건강과 즐거움과 재미로 가득 차 있어."

"정말..."






고민이 깊거나 해석의 여지가 분분해야 좋은 예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것도 예술이었다. 예술이되 그것이 미술작품에서 구현될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왈종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직은 예술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남편과 의견이 잘 맞아 언젠가 우리집에 그림을 들일 수 있다면 나는 이왈종화백의 작품을 나의 첫 컬렉팅작품으로 삼고 싶다.


 다소 내향적이고 우울한 기질을 갖고 있는 내게 그의 해가 비추는듯한 색감과 보는 것 만으로도 환기가 되는 그림이 매일 아침에 환하게 인사해주었으면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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