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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Nov 29. 2024

기록적인 대설, 이틀간의 휴교

내가 다시 이런 학교에서 일하게 될 수 있을까?


11월 27일과 28일, 우리 학교는 이틀 내내 눈이 많이 와 차가 산을 올라갈 수 없게 되어 휴교를 결정했다. 그 전에도 눈이 많이 온 적은 해마다 있었지만 올해처럼 나무들이 많이 쓰러지고 도로가 아예 막혀 통행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원래도 산위에 있는지라 매년 한 번쯤은 눈때문에 휴교를 하는 일에 대비를 하고는 한다. 그래서 혹시 모를 휴교를 대비하여 수업일수도 다른 학교 보다 하루이틀 정도 더 잡아둔다. 내가 있었던 5년동안 딱 두번인가 눈때문에 휴교를 했던 것 같은데, 올해처럼 연이틀을 휴교한 것은 꽤 큰일이다. 이번 대설은 물기를 머금은 눈이라서 더 무거웠고 그래서 그 무게 때문에 나무들도 많이 다쳤다. 학교 안에 있던 꽤 큰 나무도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꺾여 쓰러졌다. 오늘 학교를 가보지 않았으나 아마 몇 그루 정도는 더 꺾여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힘이란 이렇듯 때론 재난이 되기도 한다. 마을에 몇 몇 집은 전신주와 전선이 망가져서 정전을 겪고 있고 어떤 집들은 인터넷이 끊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우리 학교가 자연 속에 쏙 파묻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제설을 두어시간 하는데 기분이 꽤 묘했다. 힘들기보다는 내가 어느 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다시 할까 싶어 이것도 또한 추억이 되겠다 싶더라.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전부 다 치우지는 못했고 꼭 필요한 곳 여기저기 눈을 치우고 학교를 둘러보는데 그 장면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게 꼭 마치 눈의 나라 같았다. 모든 곳이 온통 새하얀 것이. 사람들이 밖에 오가지도 않고 건드리지도 않아서 눈이 쌓인 모습 그대로의 눈의 나라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것이 또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학교를 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너무 많이 온 것이 무서우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이.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두려움도 없이 그저 눈과 놀며 즐거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일 년으로 보자면 눈이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니까. 아이들은 눈이나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그게 어린이들의 순수함 아니겠는가. 사실 나는 군생활 이후에는 눈을 아주 싫어한다. 수많았던 제설’작전’의 고됨이 내 머리에 ‘눈’은 불편하고 힘든 것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군생활 전까지는 눈을 꼭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나 우리의 도로가 누군가의 노력으로 치워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눈 오는 것을 그저 낭만적으로 바라보고 또 즐기기를 바란다. 2024년에 눈이 아주 많이 와서 학교를 이틀이나 못갔었던 기억이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길 바란다.

28일 학교에 쌓인 눈을 치우는 부모님들 뒷모습

그런가하면, 어제보다 더 나쁜 도로 상황때문에 교직원들 전체가 출근하지 못한 오늘은 부모님들이 와서 학교의 눈을 치워주셨다고 한다. 눈이 그대로 쌓여있으면 내일의 교육활동에도 차질이 생기니 부모님들이 선뜻 마음을 내서 학교의 눈을 치워주신 것이다. 눈을 치워주신 덕분에 내일 제설은 조금 더 수월할 것이고 또 아이들의 교육활동도 차질 없이 계획대로 운영될 것이다. 기실 따지면 제설작업은 교직원들이 할일이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누가 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에서 움직이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드는 생각,


내가 이런 학교에서 또 다시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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