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통지, 그 고민을 넘어
나는 학기말이 되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통지표를 써주는데 그게 일종의 편지와 같다. 정성을 꾹꾹 담아서 써주는데 대략 A4용지 두장 분량 정도 된다. 글자수로는 3000자 분량쯤 되는 것 같다. 사실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아이들의 일년 간의 삶을 제대로 담아 가정에 전달하기에는 그조차도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적어본다. 한 명에 대해 쓰는데 대략 한시간 정도가 걸린다. 한시간 동안의 글쓰기에 아이들의 일 년간의 삶과 성장을 다 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한다. 모든 아이들 각자의 삶과 노력과 성장이 소중하기에 나도 교사로서 최대한 애를 써본다.
그러고보면 올해도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에 따라 잘 자라주었다. 그게 참 고맙다. 나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통지표를 쓰는 것 같다. 물론 그 표현도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매일 밤마다 한 명씩 통지표를 써주고 있는데 왜인지 매일 밤 울적해진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한 편씩 써주며 이제는 헤어짐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기다.
통지표는, 나에겐 이건 아이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 같은 것인데, 이건 일종의 주문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이 글을 보며 힘을 내며 잘 살라는 주문 같은 것이다. 너에게 이런 힘이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바람 같은 것이다. 사랑을 담은 주문인 것이다.
글쓰기에 들이는 공력이 한정적인 나같은 사람은 편지 쓰는 일에 온 공력을 다 소진하고 있어서 브런치에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하였다. 꼭 큰 주제를 담은 글이 아니어도 가벼운 생각을 담은 글이라도 꾸준하게 써야겠다. 지금의 내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기록이 나에게는 필요하게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