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도 남다르다
졸업을 40여일 앞둔 요즘 나는 출근하며 거의 매일을 울고 있다. 거의 매일을 울면서 출근한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 중 하나가 출근이었다면 모두가 미친 소리라며 잡아뗄 것 같지만, 실제로 나는 출근길을 사랑했다. 해발 400m의 산꼭대기로 매일 출근하고 또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는 매일매일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자연과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남들은 어렵다던 꼬부랑길을 능숙하게 올라가던 세월동안 늘 행복했으니. 나는 힘들었어도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에 도달하면 터널을 지나는데, 그 터널을 지나면 '시'가 바뀌면서 완벽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 풍경이 늘 아름다웠다. 그건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풍경이다. 하루이틀 경험해서는, 길게 일년을 경험해도 모를 풍경이었다. 그 풍경의 달라짐을 몇 년을 경험하면 익숙해질 줄 알았지만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늘 새로운 무언가, 작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곧 익숙해지리란 말이 무색하게, 나는 그 자연과 풍경이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늘 좋았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아쉽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학교를 둘러싼 자연의 풍경을 조금 더 자세하게 오래 들여다보는 중이다. 들여보다 보면, '저게 원래 저랬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늘 새롭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가하면, 내가 이 풍경을, 이 학교를 충분히 즐겼나 돌아보면, 나는 충분히 즐긴 것 같다. 언제나 행복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간 힘들었어도 행복한 감정이 더 크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며 행복했었다, 충만했다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나는 매일 아침 울면서 산을 오르는 중이다. 40여일 남은 이 출근길이 아쉬워서.